그러나 우화당 노스님의 진면목은 불같은 성격에 있다. 그래서 해인사에 살면 노스님에게 한번쯤은 혼이 난다. 누구든지 잘못하는 부분이 눈에 띄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눈물이 쏙 빠지도록 욕을 먹는다. 여기에는 인정사정도 없다.
한번은 노스님들을 모시고 목욕을 가기 위해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두 분 노스님이 약속한 시간을 어기고 몇 분 늦게 나오셨다. 그 때 버스에 올라타는 두 노스님을 향해 혼을 내시는데, 그 멘트가 정말 압권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동작이 느려!”
예순을 넘긴 노스님들도 이 한마디에는 기가 바로 죽는다. 하긴 우화당 노스님 나이에 견주면 허리 굽은 예순 살도 ‘젊은 애’ 나이밖에 안 된다. 그 날, 마치 손자 앞에서 할아버지가 늙은 아들을 혼내는 모습 같아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뒷자리에서 쿡쿡 소리내고 웃었다.
그리고 노스님과 목욕탕에 가면, 목욕 마치는 시간을 따로 정할 수가 없다. 노스님이 몸을 씻고 문을 열고 나가면 젊은 스님들도 덩달아 목욕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 목욕하기 싫어하는 나 같은 체질은 노스님의 이런 화끈한 성격이 맘에 든다.
그런데 ‘해인사의 군기반장’ 우화당 노스님도 아이스크림 앞에서는 꼼짝 못하신다. 노스님이 특히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붕어 싸만코’. 그래서 노스님을 놀릴 때는 ‘싸만코 스님’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냉장고 가득 아이스크림을 채웠다가 아이들에게 하나 씩 나누어주는 모습에서는 다정하고 따스한 노스님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대중의 화합을 깨트리는 어깃장만 놓지 않으면, 자신의 기분이나 성품을 한껏 드러내 보이는 것은 걸림 없는 수행의 또 다른 영역처럼 느껴진다. 어쨌거나 노스님은 산중을 지키는 고목과 같다.
해인사 포교국장 buddha122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