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겨진 첫사랑은 귀하고 소중한 보석과 같다. 기억조차 분명치 않을지라도.
늦가을 오후, 어둠이 잠식해가는 고요한 방. 묵직한 등받이 의자에 한 노인이 앉아 있다. 달빛이 머문 액자 속 작은 초상화를 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엘리자베트!”하고 부른다. 어린 시절의 회상속으로 돌아가는 노인.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라인하르트와 엘리자베트. 라인하르트는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도시를 떠나야 했다. 엘리자베트는 그가 없는 시간을 생각할 수 없었지만, 라인하르트가 지금까지해왔던 것처럼 동화를 써보내겠다고 하자 마음을 놓는다.
그러나 오랜만에 조우한 그들은,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마음도 예전같지 않았다. 결국 엘리자베트는 어머니의 강요로 라인하르트의 친구인 에리히와 결혼하고 만다. 에리히의 초대로 다시 만난 두 사람. 라인하르트는 절대로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는 맹세를 남기고 떠난다.
청년 시절 사랑하는 소녀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독일 자전소설의 고전. 산딸기 카나리아 등 주변 사물에 마음을 실어 표현하는 작가의 서술 기법이 돋보인다. 원제는 ‘임멘호수(Immensee)’.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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