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인간의 한계로 인식되던 2시간30분 벽을 처음으로 깨고 금메달을 획득해 식민지 치하에서 신음하는 약소 민족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고 2300만 조선 민중에게 감격을 선사한 큰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스포츠는 단순한 체육경기가 아니라 지배 민족을 압도해 식민지 민중의 울분을 푸는 유일한 합법 공간이고 도구였다.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제패 뒤 동아일보 사설이 ‘조선에서는 그것이 비록 한 개의 운동경기였지마는 자기의 최초 최대의 표현이었던 만큼 그 환희와 감격은 보다 크고 깊은 것이었다’라고 기록한 것은 그의 쾌거가 우리 민족에게 안겨 준 기쁨과 용기가 얼마나 컸는지를 말해 준다.
메달 수여식에서 일장기가 게양되고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동안 그는 시종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모든 조선 백성은 가슴에 일장기가 부착된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의 사진을 보며 다시 한번 나라 잃은 설움으로 비감해졌다. 당시 그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우고 싶은 조선 민중의 염원을 반영해 동아일보는 손 선수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말소한 사진을 게재해 총독부로부터 무기정간 처분을 받았고 5명의 기자가 구속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금 격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국가 주권의 소중함을 늘 일깨워 주는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마라톤 영웅은 모진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달려 한계에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와 독립자강 민족사랑의 정신을 남겨 주고 떠났다. 이 같은 고인의 뜻을 기리고 이어가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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