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디플레를 예고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독일이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일본을 닮아 가고 중국마저 디플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다한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땅값 집값이 갑자기 떨어져 소비가 위축되면 디플레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연구기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런 디플레 경고는 이제 근거 없는 비관론으로 외면만 할 계제가 아니다. 경제 기초체력인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제장관들의 낙관론이 더 문제다. 경기가 심리적으로 위축될까 봐 걱정하기 때문에 ‘선의의 거짓말’로서 낙관론을 폈다 하더라도 악화되고 있는 경제 여건을 감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현 경제팀이 경제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달 말 “기초체력이 튼튼해 디플레에 빠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전윤철 경제부총리는 디플레 경고를 ‘색깔이 의심스러운 교수’들의 의도적인 비판으로 무시했다. 그러나 그들의 충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정책 실기(失機)를 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예컨대 정부가 가계부채를 급격히 줄이려 한다면 이는 소비를 더 위축시키고 디플레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얼마 전 부동산 거품이 일 때는 경기가 위축될까 봐 금리를 올리지 못하던 경제팀이 지나치게 가계대출을 억제해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디플레는 인플레보다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다. 경제팀은 뒷북 대책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5년 전 이맘때 경제관리들의 근거 없는 낙관론이 얼마나 큰 고통을 초래했는지를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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