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즉 약육강식의 기존질서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강육약식(强肉弱食)의 도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강인 미국이 몇몇 테러리스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야만적인 공격으로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 때보다 더 큰 인명손실과 심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았고, 현재 소재불명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반테러전쟁을 수행하는 가운데 이라크 공격까지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진 군사강국들이 자랑하는 첨단무기체계와 군사전략도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는 보잘것없는 테러집단 또는 소위 ‘불량국가’들의 테러나 생화학무기 사용 같은 공격전술에는 속수무책이라 할 수 있다.
▷자연생태계나 은하계의 균형 조화 질서가 파괴된다는 것은 인류 생존환경에 대한 재앙을 의미한다. 다행히도 자연계에는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에 도전하는 강육약식의 물리적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파괴하지 않는 한 자연계의 질서는 유지된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다르다. 약육강식의 기존질서에 대한 강육약식 유형의 도전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은 이들 도전세력의 영향력과 물리적 강제력을 크게 증대시킨다.
▷기존질서에 대한 도전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인권조차 박탈하며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들에 의한 도전은 저지돼야 한다. 이들의 절대적 독재권력 자체가 인간사회에 대한 재앙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남북한 관계도 강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포용하려는 남한과 이를 거부하며 강육약식 유형의 생존을 추구하는 북한 사이의 갈등관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이 갈등도 결국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해소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박용옥 객원논설위원 전 국방부 차관 yongok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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