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5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영국의 여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65)가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체첸반군의 인질극 사건을 계기로 체첸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아흐메드 자카예프 전 체첸 부총리(43)를 보호하기 위해 그가 억류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러시아는 아슬란 마스하도프의 특사로 체첸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유럽에 온 자카예프 전 부총리가 테러사건에 연루돼 있다며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덴마크 정부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레드그레이브는 오사마 페르카오리 체첸 대표 등 체첸 망명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억류 중인 자카예프 전 부총리를 면회하고 17일 그의 석방을 덴마크 당국에 요청했다. 자카예프 전 부총리도 연극배우 출신으로 알려졌다.
레드그레이브는 지난달 코펜하겐에서 열린 체첸인회의에도 참석해 체첸의 참상을 알리는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체첸은 거대한 수용소가 돼가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맨발의 이사도라’와 ‘줄리아’ 등에서 열연해 20세기 가장 위대한 여우(女優) 중 하나로 꼽히는 그는 말년에 팔레스타인의 해방 운동을 돕는 등 소수민족과 약자를 돕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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