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광현/´IMF 5년´ 자화자찬

  • 입력 2002년 11월 19일 18시 08분


‘참다운 공복(公僕)으로 거듭나는 공직사회’ ‘가까워지고 있는 노사관계, 선진 노사문화 확산’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 금년 중 주택보급률 100% 달성’….

재정경제부가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편입 5년을 맞아 최근 각 기관에 돌리고 있는 ‘IMF 5년의 성과와 과제’라는 책자 가운데 일부 제목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부 홍보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낯뜨거운 자화자찬(自畵自讚)으로 일관해 씁쓸한 느낌을 준다.

올 들어 발생한 노사분규는 287건으로 지난해 235건을 이미 넘어섰다. 조흥은행은 매각에 반대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경제특구법에 대한 노동계의 반대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도 상생(相生)의 노사문화가 구축되고 있다고 강변하니 어느 나라 노사관계를 말하고 있는지 헷갈린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개혁이 가장 미진한 곳이 공공부문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 책자는 “공직사회에도 민간부문과 같이 연봉제 등을 도입해 전문성과 경쟁의식이 요구되며 공무원의 특권으로 인식돼왔던 자리보장의 고정관념이 철저히 파괴됐다”고 주장한다. 실소(失笑)마저 나온다.

정부의 부이사관(3급) 이상 개방형 직위 135개 자리 가운데 민간인은 16명뿐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이 제도를 ‘개혁의 치적’으로 내놓은 것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주택보급률도 마찬가지다. 주택보급률 100%라는 말은 주택이 늘었다는 것이지 서민들에게 돌아갔다는 뜻은 아니다. 자기 집에서 사는 ‘자가(自家) 거주율’은 95년 이후 계속 50% 수준이다. 통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을 상대로 ‘눈가리고 아옹’하는 셈이다.

이 책만 보면 한국경제는 이미 ‘투명하고 굳건한 시장경제’를 구축했고 ‘성장역량 확충과 균형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현실은 과연 그런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정부가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산적한 현실에서 과잉홍보는 역(逆)효과를 더 낸다는 점을 정부 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

김광현기자 경제부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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