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언론이 단일화를 깨려 한다. 단일화를 깨겠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간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막말을 했다. 언론의 비판을 수용할 줄 모르는 그의 ‘정치적 사시(斜視)’에 실망했다. 본란은 1990년 3당 합당이나 1997년 DJP연대 및 이회창-조순 연대 때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음을 밝혀 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책임전가다. 따져보자. 단일화가 삐걱거리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책임이 아닌가. 또 정 후보측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단일화 협상단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대상도 바로 이 의원 아닌가. 실제로 합의 당사자인 양당의 누군가가 흘리지 않았다면 여론조사 세부계획이 보도됐을 리 없다. 의도를 갖고 흘렸다면 도덕성을 비난받아 마땅하고 실수로 나갔다면 능력을 의심받아 마땅하나 이 역시 당사자들의 문제이지 언론의 문제는 아니다. 또 한번 책임질 줄 모르는 정치인의 나쁜 속성을 보는 느낌이다.
정 후보가 ‘4자 연대’에 의한 교섭단체를 추진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단일화에 대한 순수한 의지가 있다면 이판에 그렇게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단일화 일정도 숨가쁜데 ‘딴 살림’을 차리려 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여론조사 세부계획 비공개 합의부터가 원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국민도 여론조사의 취지와 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보다 정확한 여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사계획을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 결국 언론이 이간질을 한 게 아니라 이 의원 자신이 언론과 국민을 이간질하고 있음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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