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대만 뉴웨이브 영화 20주년 특별전’ 참석을 위해 부산에 왔다. 특별전에서는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초기 작품으로 그가 감독한 ‘샌드위치 맨’(83년작)이 상영됐다.
그는 20일 오후 가꾸지 않은 모습에 허름한 옷차림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 “삼계탕 먹으러 가야 하니 빨리 시작하자”며 재촉했다.
-20년동안 대만영화의 흐름을 봐 온 소감은?
“뉴웨이브 초기 5, 6년은 성공적이었다. 소재도 참신했고 관객의 반응도 좋았다. 작품성과 흥행 등 두 측면에서 성공한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뉴웨이브’는 실제로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나갔다. 관객들은 서서히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왜 관객이 외면했나.
“영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뉴웨이브’는 ‘올드(Old) 웨이브’가 됐다. 다행히 2년 전부터 대만에는 또다른 ‘뉴웨이브’가 일고 있다. 구세대의 ‘뉴웨이브’의 그늘을 이제 벗어난 것 같아 다행스럽다. 이들은 대만 영화의 새로운 씨앗이고 ‘구세대 뉴웨이브’는 토양이 될 것이다.”
-‘샌드위치 맨’ 이후 당신의 영화는 대만 뉴웨이브 영화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이후 당신을 쳐다보는 영화계의 시선에 부담이 없었나.
“계속 좋은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부담은 언제나 있다. 대만 뉴웨이브 영화는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끼쳤고 이는 다시 대만 영화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영화 ‘샌드위치 맨’은 광대분장을 한 채 영화 포스터가 그려진 나무판을 목에 걸고 영화를 홍보하는 샌드위치 맨의 비애를 그렸다. 이 영화에는 분장을 지운 아버지를 볼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갓난아기가 등장한다. 이 아기는 실제 허우샤오시엔의 아들이다.
“남의 아들 데려다 마음대로 울릴 수가 없어 내 아이를 등장시켰다. 당시 아들은 10개월이었고 이제는 스물이 됐다. 아이가 잘 울지 않아 여러 차례 꼬집었다. 아마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웃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밀레니엄 맘보’가 내년초 한국에서 개봉한다. 대만에서는 흥행이 저조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영화의 흥행은 원래 그렇다.(웃음). 대만에서 7000여명의 관객이 들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20여만명이 이 영화를 봤다. 내 영화가 해외에서 더 성공하는 이유는 대만 관객이 할리우드 문법에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밀레니엄 맘보’는 당초 3부작으로 계획된 것이다. 앞으로 그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2004년경에는 무협영화를 찍고싶다. 무협소설을 좋아하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무협영화를 찍지 못했다.”
부산〓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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