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전통건축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기에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다. 누구에게든지 집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 삶의 일부와 같은 것이지만, 근대적 건축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 전통적 건축은 어딘가 다른 세계의 건축과 같은 이질감을 주는 것이다. 전통마을이나 사찰 등의 옛 건축을 구경할 때에도 조금이라도 의미와 이유를 자세히 알려고 하면 금방 벽에 부닥친다.
동아시아의 전통건축이 동아시아의 근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은 생각보다 뿌리가 깊고 무거운 주제이다. 건축은 다른 분야와 달리 사상, 기술, 제도, 예술, 생활의 모든 측면이 녹아 있는 것이므로 일종의 문화적 총체와 같은 것이다.
전통건축을 이해한다는 것은 전통사회와 문화의 모든 측면을 거짓 없이 들여다보게 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통건축은 일반인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문적이면서 문화 일반적 내용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대중적 설명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전통건축은 동아시아 문화권의 한 지역적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고, 특히 중국의 영향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요즘과 같이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중국문화의 이해가 요구될 때 건축을 통하여 중국 이해라는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중국의 전통건축에 대한 서적은 대부분 대중적이기보다는 전문적 자료가치가 중요한 책들이었다. ‘중국 고건축기행1’은 이러한 책들과 비교해볼 때 조금 다르다. 저자는 칭화대 건축역사전공 교수다. 그러나 글의 내용과 서술의 방식은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그 할아버지는 일흔이 넘은 자상한 할아버지면서 해당 분야의 대표적 권위자이므로 그 글의 내용에는 흠잡을 것이 없고 전문적 지식과 이해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손자’는 전문적 목적을 갖고 듣지 않는다.
따라서 할아버지의 원숙한 지식이 손자의 평이한 관심 속에 흘러 들어가서 이해되고 지적 영양분이 될 수 있도록 전문적 내용이 쉽게 이야기된 책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따뜻하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은 느낌인 것이다.
책의 구성도 생각나는 대로 이런저런 다양한 주제가 튀어나오는 것 같으나 속으로는 ‘이유가 있는 구성’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야기 전개의 방식도 논리적 일관성의 욕심을 갖기보다 흘러나오는 대로 얘기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 이 책은 전문가에게도 권할 만하다. 필자의 광범위한 전문적 지식이 글의 곳곳에 배어 있으면서도 중국 고건축의 전체적 모습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건축의 유형, 배경적 지식, 역사문화적 의미, 그리고 기술적 세부사항까지 친절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본래 중국에서 ‘중국 고건축 20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 중 전반부(1∼10강)를 실었으며 후반부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가 직접 찍은 컬러사진과 도면이 곳곳에 곁들여졌으니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에게 중국 고건축에 관한 한 안성맞춤의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번역에 있어서 용어의 이해 등 세부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으나 책을 읽는 데 큰 불편을 주지 않는다.김 성 우 연세대 교수 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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