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심과 불신은 하나로 모아진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뒤진 쪽이 정말 흔쾌히 물러서겠느냐 하는 것이다. 단일화가 현실화될 때까지 성사 여부에 대한 전망을 유보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어젯밤 TV로 중계된 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경제 복지 외교안보 등의 분야에서 노선의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 ‘단일화 이후’에 대한 의문 부호를 던졌다.
변수와 제약이 많은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양당의 정치적 생존과 미래가 걸려있는 후보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기에 이 같은 사태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합의문의 ‘독소조항’이 특히 문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에 의한 지지율 교란을 우려한 ‘여론조사 무효화 조항’은 어느 쪽이든 마음만 먹으면 단일화를 파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괴상한 조항은 여론의 가변성마저 무시한 것으로, 그렇다면 토론은 왜 하는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여론조사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유권자들에게는 ‘묻지 말고 선택이나 하라’는 식이어서 비판의 대상이다. 합의 과정이야 어떻든 이제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두 사람의 합의준수 및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다. 만약 또다시 양당이 오락가락하면서 유권자들을 우롱한다면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념과 정책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양당이 후보단일화를 이룬다 하더라도 당면한 대선 승리만을 위한 ‘선거연대’가 아니라 함께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수권연대’로서의 면모를 과연 얼마나 갖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후보등록까지는 4일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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