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단일화 재협상 타결]"결렬땐 필패" 막다른 선택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8시 33분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후보단일화 협상단 멤버들이 2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단일화 합의문을 발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후보단일화 협상단 멤버들이 2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단일화 합의문을 발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선거운동 및 여론조사 관련 합의문

▽공동 선거운동

1.공동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치 개혁, 남북관계 발전, 경제 성장과 빈부격차 해소, 국민통합 등 양당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정책과 공약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2.후보를 맡지 않은 분이 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공동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단일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3.효율적인 선거 공조와 대선 이후 협력을 위해 정책연대, 통합 등의 문제를 검토해 나간다.

▽여론조사

그간 양당에서 지적되고 언론에 보도된 문제점을 논의하여 역선택을 방지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도록 모든 문제점을 조정하였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간의 단일화 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데는 ‘단일화 실패〓필패(必敗)’라는 양측의 상황 인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노 후보는 21일 정 후보측이 ‘1개 기관 여론조사를 실시하되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율이 이전조사 평균치를 밑돌 경우 무효화한다’는 제안을 해오자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노 후보는 격앙된 선대위 간부들이 “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줄줄이 건의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 것.

22일 아침 당사로 출근한 노 후보는 불참할 예정이었던 선대위 회의에 갑자기 참석해 “정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그는 “절대 안된다”는 이해찬(李海瓚) 기획본부장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 등의 만류 속에 잠시 고개를 숙이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희선(金希宣) 허운나(許雲那) 의원 등도 눈물을 흘려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노 후보의 ‘결단’은 단일화 파기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정 후보측이 받지 못할 안을 내놓았다고 해서 우리가 이를 거부하면 결과적으로 우리 쪽에 파기 책임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TV토론에 대한 자신감도 노 후보 결단의 촉매제가 됐다. 노 후보측은 “TV토론만 끝나면 여론은 분명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후보도 단일화가 결렬될 경우 당장 ‘실망표’의 이탈로 대선 완주 자체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점을 의식해 타결을 독려해왔다.

정 후보측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정 후보의 거부로 협상이 결렬 위기로 치달은 것으로 알려지자 “사실과 다르다. 정 후보는 타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자칫 단일화를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특히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의 개입으로 인한 ‘역선택’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요구가 관철됨에 따라 적에게 자신들의 후보선택권을 맡기는 위험은 피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盧 “신뢰지키려 불리한 조건 수용”▼

노무현 후보는 “마라톤보다 더 길고 지루한 협상이었다”며 “오늘 TV 토론을 한다는 전제로 마지막 한가지 쟁점에 대해 정몽준 후보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쟁점이 뭔가.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밝힐 수 없다.”

-불리하다며 조건을 수용한 이유는….

“많은 국민이 (후보 단일화를) 바라고 있고 이미 우리가 약속했다. 포옹도 하고 ‘러브 샷’도 하고…. 후보 단일화가 안 됐을 때 국민이 실망하고 정치와 정치인을 불신할 것이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 대한 불복 가능성은 없나.

“일단 수용한 이상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지 그것을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

-TV 토론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는데….

“국민에게 검증할 기회를 줘야 한다. 토론 없는 경선이나 여론조사는 무의미한 것이다.”

노 후보는 회견 직후 기자실을 나서면서 “하루이틀이면 천하가 뒤집힐 충분한 시간이다”며 TV 토론 결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鄭 “민주당 막판 추가요구로 혼선”▼

정몽준 후보는 이날 협상 타결 직후 당 기자실을 찾아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협상안을 수용한다고 밝힌 것을 방금 들었다”며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표했다.

-노 후보가 협상안을 전격 수용해 주도권을 쥔 분위기인데….

“허허…. 노 후보가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 협상단에 전권이 주어진 만큼 기자회견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상대편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협상안에 대해 민주당이 오락가락했다는 협상 실무팀의 발표가 있었다.

“민창기 홍보본부장이 민주당 신계륜 후보비서실장으로부터 ‘2개항을 추가로 고치자’는 요구사항을 받아들고 당으로 돌아온 직후 노 후보의 협상안 수용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랐다. 신 실장은 ‘추가 요구사항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나는 모든 것을 협상단에 일임했다. 민주당이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를 했기 때문에 신 실장의 (추가) 요구가 민주당의 공식 요청인지 확인해 보겠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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