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부부 초보육아일기]젖 물리기①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7시 27분


초보 엄마 아빠인 김태희 이진한 기자 부부가 잠든 첫 딸 승민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원대연기자
초보 엄마 아빠인 김태희 이진한 기자 부부가 잠든 첫 딸 승민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원대연기자
《의사인 이진한 기자 부부가 본보 헬스면에 주 1회 육아칼럼을 연재한다. 초보 엄마 아빠이자 맞벌이 부부인 이들이 갓난애를 키우면서 겪는 애로와 경험을 있는 그대로 다룬다. 이 기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부인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현재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다.》

첫 딸 승민이가 태어난지 42일째 마침내 젖 물리기에 성공했다. 우리 부부는 라마즈 교실에 다니며 자연분만을 준비했지만 아기가 거꾸로 들어서는 바람에 아내는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다.

병원에 모자동실(母子同室)을 신청하려 했지만 주위에서 ‘수술을 해 산모 몸이 말이 아닌데…’라며 말려 결국 아내는 입원 기간에 아기에게 젖을 한 번도 물리지 못했다.

퇴원 후 승민이와 아내는 모유 먹이기를 놓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다. 이미 젖병에 길들여진 승민이는 아내가 젖을 들이댈 때마다 자지러지게 울어댄 것이다. 모유를 먹이려고 승민이를 하루 동안 굶기기도 했다. 배가 고파 목이 쉴 정도로 울다 지쳐 잠이 든 승민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아기 성장에 지장을 준다며 분유를 먹이자고 제안했고 아내는 젖 물리기를 포기하는 대신 모유 수유에 도움이 된다는 각종 보조기구를 사용해 보았다.

그러나 승민이는 종일 배고파했으며 몸무게도 눈에 띄게 줄었다. 아내의 젖도 양이 크게 줄었다. 아내는 한달 뒤 보조기구 사용을 그만두고 다시 모유를 먹이겠다며 유축기로 젖을 짜 젖병 대신 스푼과 컵으로 먹였다. 또 손가락을 입술에 대는 방법으로 승민이에게 젖 빠는 운동을 시키며 수시로 젖 물리기를 시도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인지 어느 날 승민이는 젖을 빨기 시작했다. 승민이는 지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아내가 젖을 꺼내기가 무섭게 달려든다.

최근 모유 수유를 계획하는 예비 엄마들이 많지만 실제로 모유 수유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우리 부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모유 수유 관련 책이나 인터넷 사이트(www.momilk.co.kr)를 보면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병원과 의사를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술을 하더라도 모자동실을 신청해 아기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엄마의 의지다. 아기가 안쓰럽다고 엄마가 먼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뒤늦게 젖을 먹이려면 승민이의 경우처럼 애를 먹기 때문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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