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수다 떨기(채팅)’를 확산시킨 일등 공신이다. 메신저 프로그램은 결코 진지하지 않다. 글 쓰기는 말하기보다 공이 들지만 자판에 글을 ‘치는’ 것은 말보다 쉽다.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소통을 한다면 깊고 유장한 사고의 흐름은 애초에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사고는 물기 없이 메말라 툭툭 끊어질 지경이다. 두뇌는 제 기능을 상실하고 손가락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옳고 그름이나, 나의 말이 몰고 올 결과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얼굴을 맞대고 전할 때보다 소문은 쉽사리 변질되고 증폭되며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와 인스턴트식 의사 소통을 나누는 지인은 몇이나 되는가. 로그인해서 보니 내 리스트엔 서른 명 남짓한 이름이 올라와 있다. 다들 무척이나 가까운 이들이다. 이들에게 최근 몇 년 동안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메신저 프로그램에 대해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런 식이 될 것이다. 남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새벽, 메신저 리스트에 남아있는 온라인 표시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나 혼자만 깨어있는 게 아닌 것이다). 멀찌감치 숨어서 그녀의 방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메신저 프로그램에 접속할 때마다 이렇게 외치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외롭지 않다, 나는 외롭지 않다고.
IT칼럼니스트 redstone@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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