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GM대우차의 첫 신차 라세티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을 다녀왔습니다. 근로자들의 희망메시지는 본보 19일자 B섹션 ‘현장 2002’에서 다루었기에 이번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첫째, 김 회장의 경영스타일입니다. 군산공장 가동 첫해인 97년, 당시 세계 경영을 표방한 김우중 회장은 군산공장에 최대 생산을 독려했습니다. 그래서 가동 첫해 생산라인을 최대한 돌려 20만대를 생산해냈다고 합니다.
사실 기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풀 가동은 무리입니다. 여기서 풀 가동이란 ‘주간+ 야간 2교대근무’와 ‘특근 5시간’을 모두 합한 것입니다. 기계와 근로자들이 양산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계화될수록 오히려 고장도 많아진다는 현장경험이 존중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회장 지시대로 최대 생산을 이뤄냈으나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합니다. 만들긴 했는데 제대로 판로가 확보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미리 선적하는 사태도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 다음해인 98년, 외환위기 여파로 생산량이 급전직하하고 일부 라인은 가동이 중단되기도 합니다. 작년 초엔 1교대로 전환하고 1000여명의 근로자를 감원합니다.
둘째, 최고경영자의 회의방식입니다. 김우중 전 회장은 회의를 혼자 주도했다고 합니다. 상상이 갑니다. 회장 관심사항만 발표하고, 회장으로부터 질문 받은 사람만 발언했다는 것입니다. 1인 중심의 회의체제였던 셈이지요.
이에 비해 닉 라일리 GM대우차 사장의 회의방식은 상상하시는 대로입니다. 회의 탁자는 라운드형, 정해진 상석이 없습니다. 자리배치는 먼저 앉으면 되고.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의견을 개진하는데 할 말이 없으면 그냥 ‘패스(PASS)’하면 된다고 하네요.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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