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이유〓최씨의 고민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긴 사람들이 겪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게 IBK컨설팅 김한석 수석컨설턴트의 진단.
김한석 수석컨설턴트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중소기업으로 직장을 옮긴 사람들의 상당수가 대기업이라는 ‘방패막’이 사라진 뒤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 앞에서 상당한 갈등을 겪는다는 것.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서 더 많은 연봉을 주고 데려온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은 ‘성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회사의 이런 기대가 개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갈등이 커진다.
▽컨설턴트의 조언〓최씨는 지금 당장 다른 회사로 옮겨도 경력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그렇다고 플러스도 아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자신의 최종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자문(自問)할 필요가 있다. 혹시 지금 상황이 힘들기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봐야 한다. 판단기준은 항상 자신이 세웠던 최종 목표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조급함은 금물이다. 업무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업무 환경이 근본적으로 대기업과 다르고, 거래처와 담당 업무의 범위도 다르다. ‘다른 세상’인 것이다. 더구나 최씨는 회사를 옮긴 지 2년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은 또 직접 몸으로 부딪쳐서 거래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분석을 해야 한다.
셋째, 도피성 이직은 금물이다. 도피성으로 회사를 옮기면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적절한 이직시기는 역설적으로 회사로부터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았을 때이다. 자신이 회사로부터 인정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길 때 고려해야 할 점〓대기업에서 오래 있으면 중소기업으로 옮겨 큰 뜻을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직을 결심하기 전에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봐야 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인재를 영입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가 대기업에 비해 더욱 크기 마련이다. 이는 ‘개인기’가 뛰어난 인재에게는 기회이지만, 조직업무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개인기’가 뛰어난 중소기업형 인재인지, 아니면 조직업무에 강한 대기업형 인재인지 파악해야 한다.
한편 창업을 계획하고 있거나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목표로 뛰는 사람은 중소기업 근무 경험이 매우 유익하다. 실제로 대기업 출신 직장인이 바로 창업에 나설 경우 중소기업 영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더 좋은 연봉과 직급만 생각하고 이직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경력관리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길 때 체크리스트
1.자신의 최종 목표에 부합하는가
2.회사를 옮겨도 대기업에서 쌓아온 네트워크 가 여전히 유용한가
3.대기업에서의 경험이 옮기고자 하는 중소기 업에 적용될 수 있나
4.자금여력, 동료의 자질 등 회사 여건에서 두 회사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었인가.
5.업무 환경은 어떻게 달라지나
6.급여와 지위가 올라감에 따라 책임 영역은 어 떻게 바뀌나
자료:IBK컨설팅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