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부부 '한국어 학당' 설립해 외국노동자 2년째 가르쳐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8시 56분


한국어 학당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구옥란(앞에서 두번째), 강형순씨(끝) 부부.논산〓지명훈기자
한국어 학당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구옥란(앞에서 두번째), 강형순씨(끝) 부부.논산〓지명훈기자
23일 오후 7시 충남 논산시 반월동 논산중앙장로교회 2층 ‘한국어 학당’.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 학당 구옥란(具玉蘭·45) 대표가 러시아 출신 이리나(45) 등의 한국어 발음을 교정해주느라 한동안 씨름하다 수업을 끝냈다.

그러자 구씨의 남편 강형순(姜炯淳·47·논산 중앙초등학교 교사)씨가 재빨리 밖으로 나가 승합차 운전석에 앉았다. 멀리 금산과 부여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주기 위해서다.

구씨 부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받은 차별로 적개심에 차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2000년 9월 건양대 자원봉사 학생들과 함께 이 학당을 열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해야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위해 20년 동안 운영해 오던 음악학원도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한국어 강의로 시작했으나 차츰 외국인 노동자의 생활 뒷바라지까지 떠맡았다.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해결, 개인 질병은 물론 남녀 문제까지도 구씨 부부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 주어야 했다.

구씨 부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데 바빠 현재 군 복무 중인 둘째 아들(21)에게는 정작 면회도 한번 못 갔다. 최근에는 이런 구씨 부부의 노력이 입소문으로 퍼져면서 서울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찾아온다는 것.

그러다 보니 비용도 만만찮아 매달 100만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자신들의 가족은 늘 초긴축 상태다.

내년 3월 귀국해 결혼한다는 파키스탄 출신 무하마드 알리(28)는 “결혼식에 선생님 부부를 초청하기로 했다”며 “귀국해서도 한국인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 반갑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씨는 “‘한국 방문의 해’ 같은 행사도 좋지만 이들 노동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보내는 것이 보다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논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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