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대구백화점 주가 약세… 지방기업‘흔들’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9시 32분



한국 증시에는 중앙무대가 아니라 자신의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토착기업이 상당수 상장돼 있다. 이들 기업은 지역주민의 사랑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특정지역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독점기업은 가격 결정력이 있기 때문에 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좋은 투자대상이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토착기업의 지역기반이 안팎에서 도전을 받으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점의 혜택이 사라지면서 주가도 흔들리는 모습.

▽외부의 도전〓지역 기반 토착기업에 대한 외부세력의 도전이 본격화됐다. 오랫동안 대구의 유통시장을 완전히 장악해온 대구백화점(대백)의 아성에 내년 롯데쇼핑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 좋은 예.

소비도시로 알려진 대구이지만 지역주민의 성향이 워낙 보수적이어서 그동안 대백 외에 다른 백화점은 발도 붙이지 못했다. 백화점업계 3강 가운데 하나인 신세계조차 과거 대구지역에 고급 백화점을 열었다가 철수했을 정도.

그러나 백화점업계 최강자인 롯데의 도전으로 더 이상 대백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강해지는 규제〓각 도시에서 난방 및 산업용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는 도시가스 회사들은 정부가 보장하는 지역 독점기업. 현재 이런 일을 하는 업체는 모두 32개다.

지역 독점인데다 주민들이 가스를 안 쓸 도리가 없으니 장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기업이 일정비율 이상 이익을 남기지 못하도록 정부가 규제한다는 데 있다.

최근 들어 정부의 규제가 더 강해지는 것도 시련. 정부가 정해주는 이익률이 계속 낮아지는 탓에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도 크게 떨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추세다.

▽대안〓토착기업은 이런 도전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고객과 주주가 모두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대구은행의 사례가 해답의 힌트를 제공한다.

대구 경북지역 상주인구의 60%인 320만명이 대구은행과 거래한다. 그런데 대구은행 주식의 60%를 대구 경북지역 사람들이 갖고 있다. 주주가 고객이고 고객이 주주인 셈.

고객이자 주주인 지역주민들은 은행이 잘 되면 주가가 오르고 배당도 많이 받으므로 당연히 거래은행을 바꾸지 않는다. 대구은행도 최근 이익을 적극적으로 주주에게 배당하는 주주 중심 경영으로 주민의 신뢰에 보답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 배수한 연구원은 “‘우리 지역 회사니까 아껴주세요’라는 식으로 지역정서에 호소해 돈을 벌던 시대는 지났다”며 “‘우리 상품을 이용하는 게 지역주민에게도 득이 된다’는 사실로 설득할 수 있는 토착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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