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특별조사단이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회관에서 개최한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 법의학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법의학자 6명 중 5명이 허 일병이 자살했을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나머지 1명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참석자들은 이날 허 일병의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난 상처와 총탄에 의한 가슴과 머리 등 3곳에 난 상처의 형태, 3발을 쏴서 자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등에 대해 법의학적인 관점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특히 허 일병의 왼손 검지와 엄지 사이의 상처 및 왼손 손목의 상처와 관련해 허 일병이 상사가 자신에게 겨눈 총구를 막기 위해 왼손으로 총의 소염기를 감쌌을 때 생긴 것인지, 허 일병 스스로 머리를 겨눠 총을 쏘는 과정에서 총구를 지지하다 생긴 것인지를 놓고 양쪽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대 이윤성(李允聖) 교수는 “자살자의 대부분은 편안한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M16 소총으로 자살할 경우 대개 턱 밑을 겨냥한다”며 “M16 소총으로 가슴과 머리 등에 3발을 쏘아 자살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 이상한(李相韓) 교수는 “드물긴 하지만 3발을 쏴 자살을 시도한 사례는 외국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허 일병의 가슴 부위 두 곳의 상처가 같은 시간대에 난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윤성 교수는 “사건 직후 허 일병의 사진에는 두 상처간 색깔 차이가 있어 가슴의 두 총상간에는 적어도 1∼2시간 이상 시차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한영(李韓榮) 법의과장은 “좌우 가슴의 출혈량이 거의 비슷한 점으로 미뤄 두 상처가 발생하는 데는 시간차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문국진(文國鎭) 명예교수는 “허 일병은 총과 함께 팔을 일직선으로 편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는데 이는 사망 당시의 자세로 시체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자들은 한 번 결심을 하면 숨질 때까지 자살 행위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허 일병의 경우도 머리에 치명상을 입을 때까지 반복해 총을 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는 1984년 허 일병이 술 취한 상사에 의해 가슴에 총 1발을 맞은 뒤 부대 인근 폐유류고로 옮겨져 다시 가슴과 머리에 각각 1발씩 총을 맞고 숨졌다고 발표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허원근 일병 사건 일지▼
△1984년 4월 2일 허 일병, 가슴과 머리 등에 3발의 총을 맞고 숨짐
△2001년 1월13일 의문사위, 허 일병의 의문사 조사 착수
△2002년 8월20일 의문사위, 허 일병이 술 취한 상사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중간조사결과 발표
△2002년 8월27일 국방부 특별조사단, 허 일병 사건 조사 착수
△2002년 9월 10일 의문사위, 허 일병이 내무반과 폐유류고에서 총에 맞아 타살됐다고 최종 결론
△2002년 10월 29일 국방부 특별조사단, 사건 당시 내무반에서 총기오발 사고가 없었다고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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