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유괴, 두뇌싸움 '트랩트'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9시 19분


사진제공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사진제공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유괴’는 스릴러와 감동을 동시에 자아낼 수 있기 때문에 영화의 매력적인 소재다. 그러나 ‘아이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깨지는 법이 거의 없어 ‘해피엔딩’을 확신하고 있는 관객을 몰입시키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영화 ‘트랩트’는 결말이 뻔히 보이지만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경찰의 수사보다 유괴범과 부모, 심지어 유괴당한 아이 간의 두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면서 다른 유괴 영화와 차별화되기 때문.

조 히키(케빈 베이컨) 일당은 의사인 윌(스튜어트 타운젠드)과 카렌(샤를리즈 테론)의 딸 에비(다코타 패닝)를 납치한다. 조건은 24시간 내 25만 달러를 보내주면 아이를 순순히 놓아주겠다는 것. 히키 일당은 윌과 카렌, 에비를 각각 다른 장소에서 납치함으로써 이들의 무력감을 증폭시키려 한다.

그러나 윌 부부가 이들의 범행이 몸값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인 추리극이 펼쳐진다.

영화는 세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추리 스토리를 비틀었다. ‘아이 엠 샘’으로 유명해진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은 ‘똑똑한 인질’ 역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그러나 윌 부부가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치곤 지나치게 냉정하게 대응하는 점이 리얼리티를 다소 떨어뜨린다. 히키가 의료 사고로 인해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에비를 유괴한 뒤 나중에 “내가 키우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어색하다.

영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의 루이스 만도키 감독. 18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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