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목은 ‘은화가 된 별(Das Sterntalerexperiment)’. 그림형제의 동화에서 따온 것이다. 그림형제의 동화는 이런 줄거리였다.
‘옛날 착한 소녀가 살고 있었다. 소녀는 부모를 여의고 너무 가난해서 집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에 걸친 옷과 누군가 그를 불쌍히 여겨 건네준 빵 한 조각뿐. 그런데 한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배가 고파 죽겠어. 먹을 것 좀 다오.” 소녀는 그에게 빵을 주었다. 소녀는 걸어가다가 불쌍한 사람을 만나면 옷도 벗어주고 신발도 벗어주며 가진 것을 전부 나눠줬다. 그랬더니 하늘에서 별이 내려와 반짝이는 은화가 되었다. 소녀는 부자가 되어 잘 살았다.’
독일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저자는 이 소녀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남에게 줌으로써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는 1994년 모든 것을 서로 나눠 쓰는 ‘주고받기 센터’를 설립했고, 2년 후 자신의 모든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눠준 후 현재까지 돈 한푼 없이 살고 있다.
그의 ‘주고받기 센터’에서는 자신이 가진 돈, 물건, 기술, 시간 등 모든 것을 나눠 쓴다. 사람들은 여유가 있는 만큼 나눠주고 필요한 만큼 도움을 청한다. 저자 자신은 의료보험까지 해지하고 집도 없이 남의 집을 돌아다니며 돌봐주면서 살아간다.
“절대로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사회구조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자극제가 되고 싶을 뿐이다.”
실제로 사유재산을 부정할 경우 ‘공동소유’라는, 타 집단에는 배타적인 새로운 소유방식이 나타나기 십상이다. 의식주와 의료서비스 등 생존을 좌우하는 기본적 조건은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취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는 그런 문제를 ‘소유’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병은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치료하고 타인의 집에 머물 때의 불편과 불안은 허브향과 명상으로 극복한다.
소녀에게 은화를 준 것이 기적이었듯이 저자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뒷받침하는 것도 작은 기적들이다. 한번 꿈꿔볼 만은 하지만, 기적과 믿음의 힘을 확신하지 않는 사람들은 따르기 쉽지 않은 삶의 방식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