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시합격생 관리대책 있어야

  • 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15분


지난달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정상 수업이 실종되어 버렸다. 학교에서는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형식적으로 수업을 하고는 있으나 이미 대학에 합격해 해방감에 젖은 상당수 수시 합격생들은 수업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이들은 책을 읽거나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올해부터는 봄방학이 폐지되어 수업이 연말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이 같은 무질서는 지난해보다 더 연장될 전망이다.

하지만 같은 학급에서도 곧 치러질 정시모집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속이 탄다. 면접과 논술시험에 대비해야 하고 교사들과 응시 전략을 상의해야 하는 등 한시가 급하지만 수업 분위기는 엉망이다. 수시전형이 확산되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혼란상을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교육당국이나 일선 고교, 이들을 뽑아놓은 대학 모두의 직무유기다. 서둘러 별도의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부터 수시 합격생은 더 늘어난다. 수시전형을 통해 입학한 신입생들이 정시모집을 통해 들어온 학생보다 입학 이후 학업성취도 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수시모집의 비중을 크게 확대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수시 합격생들은 결국 몇 달 후의 대학 신입생이다. 교양강좌 등을 개설해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쉽도록 도와 주는 것은 대학의 의무이다. 대학마다 이 문제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다. 일선 고교도 수시 합격생들이 등교 이후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주고 정시 응시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교실이 소란스러운 상태에 빠지는 것은 ‘공교육 살리기’에 역행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고등학교는 입시준비기관에 불과하다는 오명(汚名)을 안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고교 생활이 수시 합격생이나 정시모집 준비생들 모두에게 건설적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놓고 있는 교육당국의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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