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이두영/＂도심에 대형마트…교통혼잡 극심＂

지난달 19일 프랑스계 대형 할인유통업체인 ‘까르푸’가 청주 도심 한복판에 매장을 열면서 청주시민들의 불만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청주지역 시민단체와 재래시장 상인들이 충북도 건설교통국장 등 책임자에 대한 중징계, 까르푸 청주점 운영 중단, 교통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주말집회를 개최하는 등 강도 높은 시민행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행정자치부를 대상으로 한 충북도에 대한 주민감사 청구, 까르푸에 대한 불매운동, 교통영향평가법 개정운동도 계획되고 있다.

까르푸 청주점 입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입는 타격과 교통체증이다. 현재 인구 60만명이 살고 있는 청주에는 5곳의 대형 할인유통매장이 운영 중인데 앞으로 7곳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그동안 청주시는 재래상권 보호와 중소 상인들의 반발을 우려해 대형 할인유통업체들의 추가 입점을 막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고, 많은 전문가들도 청주권의 유통 수요가 포화상태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형 할인유통회사들이 현행 법규정을 교묘히 피해가며 입점을 추진하고 있어 이를 금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대형 할인유통업체의 입점으로 인한 교통문제와 재래상권의 보호문제는 1993년 국내에 대형 할인점이 처음 들어서면서부터 대두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5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전국 각지에서 유통업체로 인한 교통 혼잡과 재래상권의 몰락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왔다.

청주 시민들의 불만은 주말과 휴일에 발생하는 교통혼잡으로 고스란히 불편과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보생명 자회사인 생보 부동산신탁이 건물 건축시 현장에 ‘주차장과 판매시설 기능의 교보 복합빌딩 신축’이란 광고를 붙여놓고는 건축 뒤에 ‘까르푸’가 입점하도록 해 청주시민과 충북도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을 교묘하게 속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지난해 5월 열린 충북도 지방교통영향심의위원회에서 감지됐다.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이 설계도를 놓고 대형 할인유통점의 입점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승인허가를 반대했으나, 충북도가 다음달 반대의견을 제시한 심의위원 전원을 교체해 까르푸의 입점을 허가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환경 교통 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 우선 사업자가 교통영향평가 대행자를 지정하도록 하는 것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해 평가비용을 공탁하도록 해야 하며, 교통영향심의위원회 위원은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추천자로 구성돼야 한다. 또 현행 재평가 결과를 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나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기간이 경과한 뒤 재평가하고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사후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및 자치단체, 사업자의 책무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충북도와 까르푸는 청주지역 시민단체와 상인조직들의 요구사항을 즉각 수용해 청주시 교통과 재래시장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줄 것을 촉구한다.

이두영 청주 경실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