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도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그의 장례식에 내연의 여인과 장성한 사생아가 등장하는 흔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으나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불과 반년 전까지 대통령이던 사람의 복잡한 사생활을 조금도 비난하지 않았다. 미테랑의 숨겨진 여인과 사생아는 당당하게 고인의 장지에까지 따라갔다. 고속도로의 경우 시속 130㎞를 상한선으로 삼고 있으나 10∼20%가 넘는 과속은 눈감아 주는, 흔히 ‘톨레랑스(tol´erance)’라고 알려진 프랑스인의 관용정신만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 대목이다.
▷프랑스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자들의 명예 높이기에도 열성이다. 사흘 전 ‘삼총사’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유해가 프랑스 역사를 대표하는 위인들의 전당인 팡테옹으로 이장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프랑스인들이 뒤마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에게 팡테옹 이장이라는 선물을 바친 것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노예의 후손인 뒤마가 어린 시절부터 받았던 부당한 대접을 오늘날 공화국(프랑스)이 개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처럼 자신의 직능과 재능, 자격이 있는 모든 이들이 프랑스 사회에서 정당한 자리를 얻을 수 있는 미래를 열겠다”고 국민을 향해 열변을 토했다.
▷프랑스에 비하면 우리는 사자의 인생에 대해 인색하다. 유명인사의 죽음에 대한 예우도 인색하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사라진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조명도 빈약하다. 오죽하면 ‘정승 죽은 데는 안 가도 정승 개 죽은 데는 간다’는 속담까지 생겨 살아 있는 권력자에게 쏠리는 한국인의 현세 지향적 의식을 꼬집었을까. 불과 20년도 안 된 허원근 일병의 죽음에 대해 두 국가기관이 자살인가 타살인가를 놓고 싸우는 것도 한국인들의 의식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명예는 못 높이더라도 억울한 죽음이나마 제대로 규명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