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후보 TV토론 문제 있다

  • 입력 2002년 12월 3일 23시 43분


보름 앞으로 다가온 16대 대통령선거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어젯밤 TV토론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 진행상의 경직성 때문에 이런 수준의 토론을 보고 유권자인 국민이 과연 어느 후보가 나라를 이끌 차기 지도자로서 적임자인지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질문에 1분30초간 답변하고 반론은 1분 내로 하는 진행방식으로는 심도 있는 의견 개진이나 토론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3인의 후보가 나와서 반론 또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형식이 됐다. 그 바람에 정작 반론을 해야 할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끼어들어 필요한 핵심 이슈에 대한 후보간 이념적 정책적 차별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와 같은 소재별 동일한 시간 배분에 따른 기계적인 진행방식은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전환기 한국 사회의 운명을 걸머질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TV토론이라면 형식보다는 그 내용으로 국민의 선택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나열식 요식적 단답형 문답으로 대통령후보의 자질과 식견, 비전과 리더십을 유권자로 하여금 판단하고 선택하라는 것은 무리다.

사실상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양강구도인 현실에서 3자구도의 토론방식을 채택한 것도 형식에 얽매였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TV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다. 시청자인 국민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미디어의 역할이 요구된다. 이를테면 남북문제와 같은 중요한 사안이라면 좀 더 치열한 토론이 있어야 했다. 반론과 재반론을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후보간 이념적 정책적 차별성을 인식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원론적 단답에 그치게 함으로써 토론은 기대했던 효과를 얻는 데 실패했다.

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은 정치개혁의 효율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남은 합동토론만이라도 유권자들이 분명하게 후보간의 정견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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