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몸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와 안국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차례로 열린다.
두 미술관 모두 몸을 화두로 회화, 영상, 사진, 조각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로댕갤러리는 몸을 통해 표현되는 현대인의 불안에, 갤러리 사비나는 ‘누드’를 통해 탐구할 수 있는 미의 본질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로댕갤러리(6일∼내년 2월 23일·02-750-7818)의 전시 제목은 ‘신체풍경(Bodyscape)’. 삼성미술관 학예연구관 이준씨는 “현대인은 종교적 갈등이나 형이상학적 고민보다는 암, 에이즈, 비만, 당뇨, 스트레스, 교통사고, 자연재해로 인한 상해나 죽음 같은 신체적 불안에 민감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체성의 혼돈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욕망과 성, 정체성, 자아반영으로서의 신체, 여성주의 시각에서 본 성(sex)과 젠더(gender), 사이보그 인간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체에 대한 풍경을 기획해 보았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공성훈 김명숙 김아타 김일용 박성태 박영숙 윤애영 정복수 정현씨 등 9명이 참여했다.
공성훈은 자신의 몸통과 팔다리의 이미지를 교묘하게 합성해 슬라이드 프로젝터에 투사하는 원시적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인간의 사지를 벌레나 유충처럼 비치게 하는 신체풍경은 테크놀로지의 복합체인 사이보그 인간 등을 암시한다.
김아타는 알몸의 남녀를 좁은 아크릴 공간 속에 들어가게 한 뒤 사진작업을 했다. 아크릴 속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웅크리고 있는 두 사람은 더 이상 인간의 존엄을 지니지 않은 채 그저 하나의 차가운 대상으로 변한다.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여성의 몸을 다뤄 온 박영숙은 몸을 관능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임신 출산 가사노동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년여성의 벌거벗은 신체를 통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
정현은 못쓰게 되고 시커멓게 그을린 철로 침목을 도끼로 찍어 자아 탐색의 긴장된 몸짓과 비장함을 표현했다. 절제됐으면서도 거친 작가의 몸짓과 호흡이 소재의 질감에 배어있다.
갤러리 사비나(12일∼내년 2월 27일·02-736-4371∼2)는 ‘더 누드(The Nude)’라는 큰 제목아래 ‘에로틱한 누드’ ‘생명을 구현하는 누드’ ‘기호로서의 누드’ 등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눴다.
고명근 민성래 신경철 홍성도 민병헌 이숙자 김보중 이강하 한애규씨 등 20여명이 작품을 낸다.
이희정 큐레이터는 “최근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동성애 문제,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누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시도되고 있다”며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 생명력을 표현하는 가장 솔직한 소재인 누드를 통해 미의 본질과 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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