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2 D-13]‘뉴 미디어 대선’ 뿌리 내린다

  • 입력 2002년 12월 5일 18시 29분


선거문화가 바뀌고 있다.

16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이후 나타난 선거전 양상은 과거의 조직을 앞세운 보병전(步兵戰)에서 미디어와 인터넷이라는 첨단무기를 앞세운 고공전(高空戰)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과거 수만∼수십만명의 청중을 동원해 세 과시를 하던 대규모 군중 유세는 완전히 사라졌다. 22일간의 선거운동 기간 중 정당별로 315회씩 열 수 있는 정당연설회는 5일 현재 3차례(한나라당 2회, 민주당 1회)밖에 열리지 않았다. 청중 동원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선거브로커도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각 후보는 유권자를 찾아다니는 소규모 게릴라유세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유세전을 벌이는 ‘역세권 유세’가 새로운 유세문화로 등장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하루 평균 거리유세는 13회 정도. 청중 수는 500∼4000명선이고, 유세 시간도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거리유세는 하루 평균 5, 6회에 그치고 있다. 청중 수는 평균 1000명 정도이다.

거리유세 장소도 며칠 전부터 미리 정해 놓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접전지역을 골라 찾아가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 후보측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거리유세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4월 국민경선 당시 확보한 선거인단 신청자 190만명 중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80만명에게 매일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세 일정을 알리고 있다.

방송 및 신문광고, 방송연설 등 미디어의 위력은인터넷과 융합하면서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많다.이회창(www.ilovechang.or.kr), 노무현(www.knowhow.or.kr) 후보는 각자의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소개 선거공약은 물론 각종 동영상물을 소개하고 있다.

양당의 전자우편 주소 확보경쟁도 볼거리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기 20만개가량의 전자우편 주소를 확보해 맞춤형 정보를 보내고 있다.

이런 선거문화의 변화로 선거 때면 으레 각 지구당에 거액의 ‘실탄’을 내려보내는 관행도 퇴조하는 분위기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한나라 “무승부” 민주 “기선제압”▼

지난달 27일 대통령후보 등록과 함께 신문 및 TV 광고를 내보내면서 시작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미디어선거전이 3일 TV 합동토론과 4일 첫 TV 찬조연설로 1라운드를 끝냈다.

한나라당은 ‘무승부’, 민주당은 ‘기선 제압’이란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TV 토론 압승. 신문 및 TV 광고는 분패.’

첫 TV 합동토론은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완전히 제압해 지지율 반등의 호재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20, 30대 젊은 유권자에게 이 후보의 개혁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반면 광고에서는 일단 밀리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 첫 TV 광고 대결에서 시골버스를 등장시킨 ‘위험 대 안전’편이 ‘노무현의 눈물’편에 밀렸고, 2탄 ‘교육과 여성’편으로 다소 만회하고 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신문 광고는 초반엔 산만하고 메시지 전달력이 떨어졌으나, 노 후보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사진을 담은 ‘부패정권 계승자’편이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

박원홍(朴源弘) 홍보위원장은 “민주당의 감수성 광고는 한순간 시청자를 사로잡을지는 몰라도 정치적 결정에는 효과가 없다”며 “TV 광고로는 이 후보의 경륜을 부각하면서 유권자의 이성에 호소하고, 신문에는 ‘노 후보는 DJ 후계자’란 공격적 광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찬조연설과 TV광고는 압승. 신문광고도 선전.’

민주당은 5일 보도자료를 내고 “4일 오후 방송된 ‘부산 자갈치시장 아지매(아줌마)’ 이일순씨(57)의 첫 찬조연설 시청률이 12.4%를 기록해,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국 드라마 시청률(10.6%)을 앞서는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날 방송된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의 찬조연설 시청률(5.7%)보다 2배 이상 높은 것.

민주당은 보름 전 영화감독을 자갈치시장에 내려보내 이틀간 상인들을 면접하게 해 노 후보의 지역통합과 서민 이미지에 맞는 이씨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李海瓚)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자갈치 아지매’ 연설과 ‘노무현의 눈물’ TV 광고는 반응이 너무 좋아 재방송을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광고는 최대 승부처인 40대를 겨냥해 ‘40대, 행복을 만들기에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육아, 사교육비, 40대 실직 문제 등에 대한 정책을 제시했다.

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TV 토론에서 노 후보가 안정감을 강조하느라 다소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지지율엔 별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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