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두 개의 바벨탑. 암흑의 제왕 사우론의 거점인 ‘바랏두르 탑’과 마법사 사루만의 요새인 ‘오르상크 탑’이 악의 축 동맹을 맺는다. 강력한 군대를 양성한 암흑의 무리들은 급기야 선한 ‘중간 세계’에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860억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수입을 올린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는 카잣 둠에서 간달프가 깊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보르미르가 장렬히 죽은 뒤 반지원정대가 흩어지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7일 저녁 프량스 파리의 엘리제 비아레스 극장에서 열린 시리즈 2편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19일 한국 개봉 예정)의 세계 첫 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전편에 대한 아무런 줄거리 설명 없이 바로 시작했다. 그러나 ‘두개의 탑’은 JRR 톨킨의 원작을 읽지 않거나 1편을 보지 않은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스펙터클한 액션 어드벤처 무비였다.
●‘반지원정대’ VS ‘두개의 탑’
‘반지의 제왕’이 영화팬들은 물론 원작 소설 마니아에게도 찬사를 받는 것은 판타지를 마치 현실 세계처럼 디테일하게 재현한 점. 제작자인 마크 오디스키가 “전편보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활짝 열었다”고 말한 것처럼 2편에 나오는 중간대륙(Middle-Earth)의 모습은 스케일이 더 한층 웅장해졌다.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헬름 계곡’의 전투 신(Scene). 공성전을 벌이는 수만명의 병사가 모두 제각각 살아있는 듯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 ‘매시브’로 병사들의 캐릭터마다 인공지능(AI)을 부여해 실제 엑스트라 배우가 움직여 싸우는 것같은 효과를 낸 덕분.
새 캐릭터들도 대거 등장한다. 호빗족에게 반지가 오기 전 500년간 반지의 주인이었던 ‘골룸’도 반지원정대에 참여한다. 뼈만 남은 앙상한 ‘골룸’은 배우 앤디세르키스의 연기를 모션 캡처를 통해 만든 디지털 캐릭터이지만 몸짓과 표정이 징그러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피터 잭슨 감독은 1편에서 톨킨의 원작에 없는 인간 아라곤과 엘프 아르웬(리브 타일러)의 사랑 이야기를 넣은 데 이어, 2편에선 ‘백색의 왕녀’로 불리는 인간 종족의 공주 에오윈(미란다 오토)도 등장시켜 3각 러브스토리를 삽입시켰다. 원작을 훼손했다는 지적에 대해 제작진은 “원작의 부록을 토대로 재창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1편에 지하 세계로 떨어져 죽은 줄 알았던 반지원정대의 지도자 간달프는 ‘백색의 마법사’로 되살아나 사루만과 흥미진진한 재대결을 벌인다.
●절대 반지의 유혹
지난해 ‘반지원정대’는 9.11 뉴욕 테러 3개월 뒤에 개봉돼 크게 성공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선악의 대결’이라는 고대 신화의 판타지에 대한 향수로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터 잭슨 감독은 2편에선 ‘절대 반지’의 유혹에 흔들리는 반지원정대 내면의 갈등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는 힘의 파괴성과 동시에 그 매력에 빠져드는 인간의 본성을 통찰한 톨킨의 메시지를 형상화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1954년 ‘반지의 제왕’이 책으로 발간됐을 때 2차 세계 대전을 연상시키며 읽혔던 ‘반지의 제왕’은 영화로 제작된 뒤 또다시 현대적인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프로도는 영웅이 아니라 ‘절대 반지’의 유혹에 대해 저항하는 불안정한 존재일 뿐이다. 이는 현대 미국에게도 해당된다. 세계의 슈퍼 파워로서 미국은 지구를 대신해 반지를 운반하고 있으며, 절대 반지에 대한 유혹은 프로도의 고민과 견줄 만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리뷰)
파리〓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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