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목욕을 시킬 때마다 날이 갈수록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승민이의 배꼽을 보면서 너무도 속이 상했다. 예전에 집에서 탯줄을 자른 아이의 배꼽도 이렇지는 않았다는데, 병원에서 낳은 아이 배꼽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아내는 혼잣말로 병원에서 승민이의 탯줄을 잘못 잘랐기 때문이라며 담당 의사를 원망했다.
승민이의 배꼽은 언제부터인지 튀어나오기 시작하더니 도토리만해지다가 점점 더 커져 태어난 지 2개월 반이 지난 지금은 밤톨만한 크기가 됐다. 튀어나온 정도가 3㎝는 족히 될 것이다. 손으로 누르면 ‘뽀르륵’ 소리가 나면서 들어가지만 곧 다시 부풀어오른다. 울 때에는 잔뜩 바람이 들어간 풍선처럼 팽팽해져 꼭 터질 것만 같다. 트림시키기 위해 안아줄 때마다 배꼽이 눌려 행여 터지지나 않을까 언제나 조심스럽다.
담당 산부인과 의사에게 물어보자 “앞으로 아이의 문제는 소아과에 가서 상담하세요. 정 안 되면 나중에 수술하면 되고요”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속상했던 아내는 “배꼽을 다시 만들어 달라고 생떼라도 부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승민이의 불룩한 배꼽은 예전에 소아과 실습 때 배운 ’배꼽탈장’이었다. 그런데 막상 승민이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자 병원을 탓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배꼽탈장은 탯줄을 잘못 잘라서 생긴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배꼽 주위가 약해 장이 약한 속살을 비집고 나온 것이다.
탈장 가운데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생기는 사타구니 부위의 ‘서혜부 탈장’은 수술해야 치료되지만 배꼽탈장은 대개의 경우 별 문제없이 돌 때까지는 좋아진다. 그러나 배꼽탈장이 심한 경우 속살을 비집고 나온 장이 꼬여 썩기도 한다. 이 때는 배꼽이 단단해져 만져도 ‘뽀르륵’ 소리나 나지 않기 때문에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배꼽에 동전이나 반창고를 붙이면 배꼽이 들어간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부모가 더러 있는데 치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되도록 아이가 울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승민이의 배꼽이 들어가는 날에는 꼭 배꼽티를 입혀줘야지. 하루 빨리 그 날이 오기를….”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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