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 강동희의 눈은 ‘순둥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유순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순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독기가 가득하다. 특히 친정팀 모비스 오토몬스와 두 차례 경기하는 날 그의 눈은 섬뜩할 정도로 빛이 났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바꿔 놓았을까.
허재(37·TG 엑써스)에 이어 프로농구 선수 가운데 두 번째 고참인 강동희는 한국농구 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불렸던 스타플레이어.
현란한 드리블과 어시스트, 폭죽 같은 3점포로 대학시절엔 중앙대를 부동의 정상으로 이끌었고 아마팀 기아와 프로팀 기아(모비스의 전신) 역시 강동희를 앞세워 정상에 올랐다.
프로 원년 최우수선수, 지난해까지 6개 시즌 동안 4차례 어시스트왕에 5차례나 베스트5로 뽑힌 그다.
강동희는 늘 ‘영원한 기아맨’을 자부했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로 모비스와 연봉 2억5000만원에 3년 계약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올 봄 새로 취임한 최희암 감독이 무려 1억원이 깎인 1억5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한 것.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올라요.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으니까요.”
참다 못한 강동희는 같은 처지의 김영만(SK 나이츠)과 함께 보따리를 쌌다. 삼성 썬더스에서 입단교섭이 왔을 때 그는 다시 농구를 할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삼성구단의 최종 통지는 그에게 더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나이가 너무 많아 오래 써먹을 수 없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올 6월 연봉 1억7000만원에 LG 유니폼을 입은 강동희는 자신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최고의 포인트가드가 될 수 없으면 미련 없이 코트를 떠나겠다’는 것이었다.
100㎏이 넘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매일 달리기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땀을 빼 89㎏까지 줄였다. 몸이 가벼워지니 예전의 실력이 살아났다.
8일 코리아텐더와의 경기에선 어시스트 11개를 기록하며 승리, 팀을 공동 2위에 올려놓았고 지난달 24일 SK 나이츠전에선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인 1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신을 버린 모비스와의 경기 때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뛴다. 올 시즌 두 차례 대결에서 그는 어시스트 16개, 27득점을 기록하며 모비스 격파의 선봉에 섰다.
“아직 강동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갖은 수모를 겪고도 코트에 남아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노장 강동희의 투혼이 있기에 겨울 코트는 더욱 뜨겁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강동희는…
△생년월일:1966년 12월20일
△체격조건:1m80, 89㎏, 허리사이즈 36인치, 발크기 295㎜
△포지션:가드
△별명:깡통(이름 발음과 비슷해서)
△출신교:인천송림초, 인천송도중고, 중앙대
△농구시작:초등학교 4학년
△존경하는 사람:전규삼 선생님(중고교시절 은사)
△병역:필(상무)
△스트레스 해소법:노래방
△좋아하는 음식:면종류면 모두
△농구 이외에 좋아하는 스포츠:스키 볼링
△은퇴 후 계획:지도자(최종적으론 초등학교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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