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권위있는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이하 SI)가 세계 최고의 사이클 축제인 ‘투르 드 프랑스’를 4연패한 랜스 암스트롱(31·미국)을 2002년 ‘올해의 선수’로 선정했다. 그리고 그를 ‘희망 기계(hope machine)라고 불렀다. SI는 “그는 단순한 사이클 선수 이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랬다. 그는 ‘인간승리의 신화’였다.
고환암을 이기고 새생명을 찾은 암스트롱.그는 97년부터 ‘랜스 암스트롱 재단(www.laf.org)’을 세워 암과 싸우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는 ‘희망 전사’를 자처한다. 암환자는 물론 그 가족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온몸을 던져 달리고 또 달린다.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긴 경기인 ‘투르 드 프랑스’에 도전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투르 드 프랑스는 21일간 서울∼부산 네 번 왕복 거리에 가까운 3282㎞(20구간)을 달리는 ‘지옥의 경주’. 경사진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하고 7월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극한 질주를 해야 한다.그래서 그 누구도 암과 싸우느라 심신이 지친 암스트롱이 우승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99년 보란 듯이 우승했다. 올해까지 4연속 우승.
암스트롱에겐 일주일에 300통이 넘는 편지가 쇄도한다.그에게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이거나 그 가족들이다. 그들은 암스트롱이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투지로 사이클을 달리는 것에서 희망을 얻는다. 암스트롱의 자서전 ‘그대 향해 달려가리라(It’s not about the bike, 부제 my journey back to life)’는 그들에게 ‘희망 성서’나 다름없다. 전세계 수많은 암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암스트롱의 자서전을 읽고 또 읽으며 움츠렸던 마음을 다시 추스러 암과의 싸움에 나선다.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에서 36위에 오르며 화려한 비상을 꿈꾸던 96년, 그의 나이 스물 다섯 살 때 고환암에 걸린 것을 알았다.이미 암은 폐는 물론 뇌까지 번져 있었다.고환과 폐, 뇌 수술을 차례로 받고 화학요법과 방사선 등으로 혹독한 항암치료를 했다.그러면서도 하루 50㎞씩 사이클을 타며 결코 ‘희망’을 놓지 않았다.그러자 그 ‘희망’은 ‘현실’이 됐다. 암세포가 단 5개월만에 사라진 것이다. 당시 의료진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암스트롱이 고환암 판정을 받은 지 올해로 6년째.암스트롱은 이제 암을 뛰어 넘어 암과 싸우는 사이클 ‘희망전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