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는 9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임기를 줄여서라도 개헌을 하겠다”고 전날(8일) 언급한 데 대해 “뒤늦게나마 우리 당이 제기한 분권형 개헌안을 받아들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고 김행(金杏) 대변인이 전했다.
최근 한나라당측이 핵심당직자를 통해 “개헌 수용 사인을 보냈는데 왜 화답이 없느냐”고 채근했던 점에 비춰볼 때 정 대표의 언급은 앞으로 한나라당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최운지(崔雲芝) 공동선대위원장이 “노무현 후보가 4일 인천유세에서 ‘세계를 알고 외교에 많은 인맥을 가진 정 대표와 협력해 국정을 끌어가겠다’며 외치(外治)를 맡길 것처럼 말하더니, 오늘 아침 신문에는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는 내치(內治)를 맡는다’고 났는데 어찌된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서로 다른 얘기가 나왔지만 양당간 막바지 조율 작업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의 말은 통합21이 그간 “(민주당과) 공동정부식 권력분담 논의는 없었다”고 말해온 것과는 달리 기본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김 대변인은 급히 발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최근 통합21이 대선공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이면에는 대선 이후 정 대표와 통합21의 역할에 대한 노 후보측의 확약이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 때문에 이날 은연중 통합21의 본심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통합21은 민주당과의 정책조율 작업에 관해서도 이날 “6·25전쟁 때 미국이 많은 희생을 보였다는 (통합21측) 문안에 대한 이견 등 대미(對美) 관련 3개항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7일 울산에서 “물과 기름이 합쳐지면 수소(폭탄과 같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며 노 후보와의 공조 의사에 변함이 없음을 과시했지만 ‘물과 기름’이 과연 어떤 조건에서 에너지를 낼 수 있을지 아리송하다.
박성원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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