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권자, 空約성 公約에 속지말자

  • 입력 2002년 12월 9일 18시 47분


유력 대통령후보들의 설익은 공약 경쟁은 대선이 임박했음을 실감케 한다. 다급해진 후보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속내는 뻔하다. 앞으로 제대로 검증할 시간이 없을 테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될 일인지 안될 일인지 따지지 말고 일단 받아먹고 표나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 후 뒷감당이 걱정된다. 게다가 서로 공약 베끼기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어지럽기도 하다.

사병복무기간 단축 공약부터가 참 모양 사납다. 1992년 대선 때도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이 2개월 단축 공약을 내걸었으나 현실적 제약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다. 그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1997년 대선에 이어 또다시 들고 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선심성 공약이라고 비난했으나, 노무현 후보는 뒤늦게 한술 더 떠 4개월 단축 공약을 제시했다. 재탕 삼탕에다 표절에 번복까지 한 셈이다.

이미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행정 수도 이전 또한 30년 이상 묵은 대선 공약이지만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은 것은 섣불리 다룰 수 없는 국가적 대역사인 때문이다. 노 후보가 1년내 입지 선정 및 임기내 인프라 구축을 약속해도 과연 성사될지 의문이다. 가족이 비리에 연루돼도 즉각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는 이 후보 공약도 미덥지 않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하는 대통령직이란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하겠다는 이 후보 언급이나, 노 후보와 정몽준씨의 5년간 공동정부 운영 구상 역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변통이라는 인상이 짙다. 그러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겉치레 공약이나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품 공약에 속아넘어갈 유권자는 별로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유권자를 우롱하는 공약 표절은 더 나쁘다. 이제 후보들은 전혀 자기답지 않은 장밋빛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시키기보다는 우리 앞에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으니 함께 참고 이겨내자고 솔직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그게 강한 호소력을 지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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