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여당’파견 관권개입이다

  • 입력 2002년 12월 9일 18시 47분


당정협의를 위해 민주당에 파견됐던 고위 공무원들을 정부로 돌려보내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올 5월 민주당적을 포기하면서 여당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당정협의도 없어진 터에 파견 공무원들이 선거운동기간에도 정당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현 정권은 선거 중립을 선언하면서 ‘여도 야도 없다’고 밝혔다. 어느 정당이라도 정책협의를 요청할 경우 응하겠다던 정권이 민주당에만 고위 공무원 6명을 남겨두고 공약개발을 돕도록 했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관권개입으로 공정하지 못한 일임에 틀림없다.

민주당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사표를 내고 당에 왔으며 공무원이 아니라 당직자 신분”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파견자들은 모두 임기가 끝난 후 다시 각 정부 부처로 복귀할 것을 전제로 사표를 내고 당의 수석 전문위원으로 일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공무원들이 민주당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최근 논란이 일었던 민주당의 선심성 경제정책 발표와도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민주당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격을 대폭 완화한다고 발표하면서 재경부와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의 부인을 누가 믿겠는가.

김대중 대통령은 올 5월 아들 비리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민주당과 절연을 선언하면서 국민 앞에 ‘공정한 선거관리’를 약속했지만 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형식적으로만 민주당을 탈당하고 ‘은밀하게’ 여당후보를 지원하고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이들 공무원들은 즉각 행정부로 돌려보내야 한다. 당정협의가 폐지됐는데도 이들을 정부로 돌려보내지 않은 민주당도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고위 공무원의 정당 파견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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