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만 해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거짓 여론조사 결과 조직적 유포’ ‘돼지 저금통을 통한 불법 선거운동’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대량발송’ ‘200억원 살포’ 등을 주장하며 무차별적인 비방 폭로공방을 벌여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비방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던 정당이 TV연설과 신문광고를 통해 상대후보를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있는 모습은 유권자를 속이는 일이다. 그런 모습이 그쪽 정당에서 말하는 새 정치라면 실망스럽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선만 되면 된다는 두 후보 진영의 무책임한 전략이 선거마당을 증오와 적개심으로 넘쳐나게 하고 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비방 폭로는 정치 혐오를 부르는 주범이다. 한쪽이 상대후보를 헐뜯고 모욕하면 감정과 반격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이는 선거전 양상을 저질의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전락시킬 수밖에 없다. 지금의 선거판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두 후보 중 한 사람은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국가 최고지도자가 된다. 특정 지역이나 계층 세대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얼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인물이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훼손된다면 국가와 국민의 품격도 함께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선거 후에도 국민 통합은커녕 반목과 갈등의 골만 깊어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파행적일 수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21세기 첫 대선인 이번 선거는 수준 낮은 네거티브전략이 아니라 국가경영 비전과 이를 위한 정책 및 그 실천 방안을 놓고 경쟁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 각 후보 진영은 비방 폭로전이 이미 유권자의 눈 밖에 났고, 득표전술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선거판에서의 반칙이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표로써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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