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佛心)을 잡기 위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들이 노선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서 앞으로의 공사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사 상황〓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잔여 구간인 일산∼퇴계원 36.3㎞ 가운데 국립공원에 포함된 사패산 터널(4.6㎞) 공사만 1년여 동안 중단돼 있다. 나머지 구간의 공사는 계속 진행돼 현재 전체 공정은 약 10%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시행사인 서울고속도로㈜와 불교계 등은 8월14일 △노선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대안노선 마련 △농성장 자진 철거 △연말까지 터널공사 중단 △노선 조정 합의 실패시 정부 중재안 수용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사패산 터널과 연결되는 수락산 터널 공사는 현재 600m가량 진행됐다. 불암산 터널도 양방향에서 시작돼 100m가량 파 들어간 상태다. 사패산 터널 구간을 제외한 그 밖의 구간은 공사를 위해 나무가 제거되고 고가도로 기둥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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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입장〓서울고속도로㈜는 사패산 터널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돼 노선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노무현(盧武鉉) 두 대통령후보의 노선 전면 재검토 공약에 대해서도 “현장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선 재검토는 경기 북부 주민들의 교통난만 불러올 뿐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30여㎞에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 노선의 선형을 변경하면 추가 산림 훼손과 공사기간 연장, 교통난 가중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추가된다는 것.
▽계속되는 반발〓노선조정위원회는 아직 대안노선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불교계 대표들은 위원회 활동기한을 3개월 연장해서라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초 철거하기로 합의했던 사패산 터널 농성현장에서는 보성 스님(45)이 합의안에 반발하며 반대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보성 스님은 “후대에 물려줄 자연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며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공사를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시행사측은 합의안대로 건설교통부의 조정안이 나오면 곧바로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지만 불교계의 반발과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노선 변경 없이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시행사는 기대하고 있다.
불교계와 시행사의 합의안에도 사패산 터널 공사 중단 외에 다른 구간 공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사실상 전면적인 노선 조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사패산 구간의 조정 또는 공사 재개에 따른 자연보전 대책 등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