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제네바합의 해설

북한의 핵동결조치 해제 선언으로 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합의는 이제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될 위기에 처했다. 제네바합의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93년3월)으로 고조된 한반도의 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북-미간 합의문이다.

제네바합의의 요체는 북한이 핵활동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100만㎾급 경수로 2기의 건설을 주선해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을 이사국으로 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구성됐고, KEDO는 현재 북한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에서 경수로 건설을 책임지고 있다.

북-미는 특히 경수로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미국이 책임을 지고 매년 중유 50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북한은 핵활동을 동결해야 한다. 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행하고 남북대화를 재개한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포함, 안전조치의무를 전면 이행하도록 돼있다. 특별사찰 시기는 ‘경수로 관련 핵심부품이 북한에 인도되기 전’으로 명시돼있지만, 적어도 내년 하반기 이전에는 특별사찰이 실시돼야 한다는 게 미국과 IAEA의 입장이다.

그러나 제네바합의는 제임스 켈리 미 대북특사의 방북(10월2∼5일)을 통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계획이 확인된 뒤 말 그대로 ‘실 끝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