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학계에서 한국학은 중국학과 일본학에 비하면 아직까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 및 연구 성과의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공히 그렇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 덴버대 인류학과 교수로 고고학을 연구하는 사라 M 넬슨의 ‘영혼의 새’는 우리에게 각별하게 다가오기 충분하다. 1973년에 ‘한강 유역 신석기 시대 빗살무늬 토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반도 전문 고고학자의 저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혼의 새’가 사실상의 ‘소설’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미국 백인 가정에 입양된 한국 출신의 여성 고고학도 클라라는 모국에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자기 정체성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클라라는 강원 양양군 오산리의 기원전 6000년 신석기 유적 발굴 현장에서 무당굿을 보다가 신내림을 겪는다. 이윽고 ‘영혼의 새’가 되어버린 클라라는 8000년 전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까지가 배경이라면 본격적인 이야기는 클라라가 신석기시대 한반도의 모계사회를 접하면서 시작된다. 넬슨은 오산리 유적에서 발굴된 여러 집터 중 두 개의 화덕자리를 가지고 있는 한 집터를, 한 여성이 거느린 두 명의 공동 남편용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후 책은 신석기인들의 사냥과 항해, 축제와 제의, 그 밖의 다양한 일상사와 습속이 클라라의 정체성 찾기와 얽혀들면서 전개된다. 수천년 떨어진 시공을 넘나드는 화자 클라라는 저자 넬슨의 분신으로 읽힌다.
프루스트가 프랑스 역사가 줄 미슐레를 평한 말이라고 기억한다. ‘그는 언제나 역사를 몸소 생활하려 한다.’ 그리고 1992년 오산리 모래언덕에서 넬슨은 이렇게 말했다. “아, 저기 신석기인들이 목선을 타고 떠나려고 해요. 그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아요?” 넬슨은 이 책에서 상상력과 사료의 만남을 통해 신석기시대를 몸소 살아가고 있다.
같은 책을 놓고서도 읽는 사람마다 시선의 모양새는 다르기 마련이다. 이 책 역시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가 하면 일종의 ‘고고학 판타지’로 즐길 수도 있다. 물론 시선의 선택은 각자의 취향 소관이다. 다만 학문적 온축(蘊蓄)의 결과를 흥미로운 서사로 풀어냈다는 점은 이 책의 범상치 않은 미덕이자 매력이다. ‘19세기 고고학자들이 밖에서부터 했던 일을 안에서 다시 해보려는 의도’로 쓰여진 마르그리트 유르스나의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 옆에 꽂아둔다.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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