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인직/일방적인 MBC 미디어 비평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8시 37분


13일 밤 방영된 MBC TV 미디어비평에서는 ‘미디어선거 활짝 피다’라는 주제로 인터넷으로 인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비평은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로 최근 한겨레신문이 1면 톱으로 ‘인터넷 선거혁명’을 찬양한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은 인터넷 민주주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그 예로 동아일보가 9, 10일 사회면 기사에서 보도한 ‘인터넷 권력’과 ‘무소불위의 인터넷 매체’를 들었다.

미디어비평은 더구나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간부까지 등장시켜 동아일보 비판에 가세시켰다. 그는 “인터넷의 순기능은 왜 거론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인터넷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되풀이해서 언론매체에서 다루어왔다. 기자 역시 누구보다 많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정보를 얻으며 익명의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인프라의 편이성’과 ‘내용의 무절제성’은 별개의 문제다. 미디어비평은 본보가 비판한 본질, 즉 일부 인터넷 매체의 무절제한 편향성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인터넷상의 살벌한 폭력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대신 인터넷 언론이 제시하는 ‘민심의 소리’에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느냐고 동아일보를 비판했다.

인터넷에 자극적인 글을 올리는 ‘목소리 높은 네티즌’이 무조건 ‘일반적 민심’을 대변한다는 시각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우리의 부모 형제 친구들을 보자. ‘묻지마 반미’에 동참하고, 특정후보를 당선시키자며 생업을 제쳐두고 밤낮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많을까.

미디어비평팀의 ‘취재’ 스타일이 ‘인터넷 권력’과 닮아가고 있는 점도 슬픈 현실이다. 11일 미디어비평팀은 본보 취재진에 전화를 걸어 ‘보도의 배경과 진위’를 물었고, 본보 취재진이 ‘그런 것은 없다. 불공정하게 보도될 소지가 있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하자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MBC는 지난 6개월간 평균 시청률 5% 안팎을 기록한(TNS미디어 조사, 13일자는 3.3%) 미디어비평을 금요일 황금시간대에 배치하고 있다.

조인직기자 사회1부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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