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사랑방]“그린에선 머리를 비워라”

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는 1930년대 말 프린스턴 대학 과학기술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과학기술원의 창립자는 골프광이었는데, 아인슈타인을 볼 때마다 골프를 한번 배워보라고 권했다. 처음엔 딱 잘라 거절했던 아인슈타인은 동료들의 권유와 채근이 계속되자 못 이기는 척 근처에 있는 골프클럽을 찾았다.

아인슈타인은 젊고 실력 있는 프로 골퍼에게 레슨을 받았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운동신경이 머리만큼 좋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프로 골퍼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인슈타인 때문에 짜증이 났지만, 워낙 유명한 과학자였던 터라 어처구니없는 샷을 연이어 날리는 그에게 계속 새로운 조언을 해주며 열심히 가르쳤다.

쏟아지는 프로 골퍼의 조언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워진 아인슈타인은 캐디에게 볼을 몇 개 달라고 부탁했다. 캐디는 어리둥절해 하면서 그에게 볼을 건네주었다. 아인슈타인은 그 볼들을 한꺼번에 프로 골퍼에게 던지며 “받아보라”고 소리쳤다. 프로 골퍼는 정신없이 팔을 휘저었지만, 골프공을 단 한 개도 잡아내지 못했다. 잠시 후 아인슈타인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젊은이, 아마 볼을 한 개만 던졌더라면 분명히 잡을 수 있었을 걸세. 몇 개를 한꺼번에 던지니 하나도 못 잡지 않았나! 그러니 이제부터 누굴 가르칠 때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지적하도록 하게.”

아인슈타인의 말에는 골퍼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메시지가 있다. 천재 물리학자조차도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소화할 수는 없다. 골프뿐만 아니라 어떤 것을 배우거나 가르칠 때 항상 적용되는 얘기다. 특히 골프는 머릿속이 복잡하면 좋은 스코어를 거두기 힘든 스포츠다. 골프장에 가면 티박스 위에서 어드레스 자세를 잡고 한참 동안 볼은 안 치고 과거의 실수 등을 복기하는 골퍼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려운 사이가 아니라면 주변에서 “점수가 안 나오는 것은 폼 때문이 아니라 머리가 복잡해 그렇다”고 한마디 해주는 게 어떨지. 머리를 비우고 하루에 한 가지씩 집중적으로 연습해보자.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