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분위기도 이렇게 한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후보들의 답변부터가 국정 최고지도자가 될 사람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개별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과시하는 데 주력해 행정부처 실무국장의 브리핑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후보들은 같은 얘기를 표현만 조금씩 달리한 ‘모범답안’을 외우듯 함으로써 자기만의 색깔은 찾기 어려웠다.
우리가 수도 이전 문제의 집중토론을 촉구한 것은 이 문제가 서울과 충청지역 주민 수천만명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과연 국민적 공감 없이 수도 이전이 가능한 지, 혹은 서울의 팽창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는지 등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는 지금 가장 중요한 민생현안 중 하나다.
북핵 문제도 그렇다. 국가의 안위가 걸린 중대한 문제인 만큼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보다 명백한 입장 표명이 요구된다. 전쟁과 평화, 안정과 불안에 관한 논쟁을 일으켜 국민을 불안케 한 이슈가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은 토론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일이었다.
세 차례의 토론이 모두 이미지 토론에 그친 이상 이제 달리 방법이 없다. 후보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급하게 쏟아낸 공약을 다 지킬 때 재원이 얼마나 요구되는지, 그렇다면 결국 세금을 턱없이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뒤집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과거와 말이 달라진 것은 없는지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TV합동토론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충실한 판단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선 후보들간의 자유토론 기회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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