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운동원 조두환의 바쁜 하루
“기호 ○번 ○○○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17일 오전 7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지하철 아현역. 출근길 시민들에게 선거운동원들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이 ‘아침인사’는 10∼15초 간격으로 오전 9시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30초에 한 번씩 해도 줄잡아 240회 이상 허리를 굽힌다. 허리가 뻐근하지만 ‘대충’할 수는 없는 일. 힘든 내색도 금물이다. 항상 미소만 띠어야 한다.
이들이 받는 일당은 교통비 식대를 합쳐 하루 4만5000원. 하루 평균 7∼8 곳을 돌며 이 ‘인사’를 반복하고 있다. 조두환(曺斗煥·34) 모정당 서대문구 선거운동원 팀장은 “후보에 대한 진심 어린 지지가 없으면 하기 힘들다”고 했다.
오전 11시. 조 팀장의 팀원 8명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지역구 의원의 지지연설장으로 뛰어갔다.
중앙당의 무용팀이 찬조출연, 화려한 율동을 선보일 때마다 조씨와 팀원들은 박수를 치며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게 임무. 길 가던 걸음을 멈추고 경청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마지막 한 표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후 6시경 조씨와 팀원들은 ‘저녁인사’를 위해 다시 아현역 주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녁인사는 바쁜 출근길보다는 한결 여유가 있다. 한 30대 회사원이 “○○○ 파이팅”을 외치고 지나갈 때는 힘이 솟았다. 21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남겨둔 조씨는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다시 행인들에게 외쳤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선거 15번째 치르는 선관위 김보상씨
서울 서대문구 선거관리위원회 김보상(金保床·49) 사무국장은 17일 서대문구 현저동 한성과학고 체육관에 개표소를 설치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김 국장의 수첩은 깨알같은 글씨로 빼곡히 차있다. 투표참관인 신고, 미발송 및 반송부재자 명부 통지, 투표함 수송, 투표소 설비, 개표참관인 신고 등.
공식 선거운동은 11월 27일부터 시작됐지만 김 국장을 비롯한 서대문구 선관위 직원들은 10월 초부터 오전 8시 출근해 밤 11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서대문구 유권자는 28만명이 넘지만 선관위 직원은 공익근무 요원 9명을 포함해 17명이 고작. 한 달째 일요일도 반납했다.
선거인명부 작성과 투표용지 인쇄, 공식 선거홍보물 발송, 부재자 투표, 공명선거 캠페인, 부정선거 감시 활동, 투표 참관인 및 개표사무원 교육 등 선거에 필요한 준비 작업은 외우기도 어려울 정도. 투표용지 작업도 기표란 인쇄에 문제점이 없는지, 후보 이름이 특별히 연하거나 진한 게 없는지 28만장이 넘는 투표용지를 일일이 확인했다.
1985년부터 선관위 직원으로 근무해 그동안 크고 작은 선거를 15번 이상 경험한 그는 “이번 선거는 적은 비용으로 치러지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선거법을 ‘숙지’하고 있는 각 정당의 선거운동원들이 법의 맹점을 악용해 편법운동을 벌이거나 흑색선전, 인신공격을 해대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국장은 “우리도 표를 얻으려는 노력은 선거운동원 못지않다. 특정 후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총의를 모으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