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의 약대생이 현행 4년제에서 6년제로 약대의 학사력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며 무기한 수업 거부에 들어갔다고 한다. 다른 대학은 4년간 120학점을 취득하는 데 비해 약대는 160학점을 취득해야 돼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한국의 약대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수업연한이 짧다. 독일이 8년, 미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가 6년이며, 중국과 태국이 5년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5∼8년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현행대로 4년제가 계속될 경우 약사 인력의 외국 진출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외국 약사들의 자국 약사시험 응시자격을 5년제 이상으로 변경해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도 이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시장개방 이후 외국계 법인약국이 들어와 6년 교육을 받은 외국 약사를 고용, 자기 나라에서 개발된 약의 독점공급을 시도할 경우 국내 제약회사들이 받을 타격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장삼동 부산 사하구 신평동
▼숨돌릴 틈 없는 일정…정상적 수업 저해▼
약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둔 엄마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한 뒤 3년을 돌이켜보면 한 마디로 ‘고3의 연장’이라고 할 정도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이 160학점으로 여타 4년제 대학보다 20학점이 많기도 하지만, 실험실습시간이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그런 탓에 부모 자식간에 마음놓고 전화 한 통화 할 여유도 없다고 하니 필요하다면 6년제로 늘려서라도 정상적인 학업이 되었으면 한다. 대학에 따라 약사자격증을 취득해 약국을 개업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졸업 후 신약개발이나 생명공학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6년제 전환도 대학의 자율에 맡겼으면 한다. 대학원 제도는 다른 전공분야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개념의 학문적 접근이므로 약대의 6년제 전환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약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제약회사나 관련 연구소로 진출한 뒤 임상실험이나 전공 학문이 부족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한다.
박광희 부산 금정구 부곡동·동현중 교사
▼바뀐 보건환경 4년과정으론 못따라가▼
약대 6년제 학제 개편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시급한 문제다. 2000년 의약분업 실시 이후 사회가 요구하는 약사의 직능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데 약대의 커리큘럼은 30년 전 상태로 정체돼 있다. 정부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약사제도 개선 및 보건산업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약대의 학제 개편을 추진해왔다. 언론계 시민단체 정부기관 의사 약사 등으로 구성된 이 자문기구는 7개월간의 논의 끝에 10월 약대 6년제 개편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약대 6년제 요구가 한약 조제권을 노린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다. 97년 3월 개정된 약사법시행령은 한약학과 졸업자들만 한약을 다루도록 못박았다. 현재 전국 17개대 약대생은 정부의 조속한 약대 6년제 입법예고를 주장하며 수업거부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약대 6년제를 시행해 변화된 보건의료 환경에 맞는 약사를 배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석민혜 숙명여대 약학부
▼기간 늘어나면 우수학생 지원 줄어들수도▼
4년제인 약대가 6년제로 전환되면 단기적으로는 약대의 매력을 떨어뜨려 종전만큼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더 오래 공부한 약사들은 그만큼 더 처우개선을 주장할 것인 반면 교육기간이 늘어난 만큼 인력배출은 줄어 추가 인건비 상승과 의료비 증가가 뒤따를 것이다. 약대가 4년제라 약사들의 해외진출이 어렵다는 주장은 국가간 약사면허 상호 인정에 관한 양허가 필요한 것이어서 약대 6년제 전환의 이유로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외국 약국들이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언어와 관습의 장벽 때문에 한국인 약사를 고용할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약대 6년제 전환의 당위성을 정당화하지는 못 한다. 종합병원에 취직할 약사들은 병원에서 인턴십 이수를 통해 추가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고, 요즈음 문제되는 약사들의 불법진료 및 매약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이런 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여론조사나 공청회 개최 뒤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우윤숙 대구 달서구 감삼동
■‘약대 6년제 전환’ 문제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집계 결과 찬성 95%, 반대 5%였습니다.
다음주 ‘독자 토론마당’의 주제는 ‘선거운동 기간 중 여론조사 공표 금지’입니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 108조는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케 하는 각종 여론조사와 인기투표 결과의 공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번 대선에서는 각종 허위 여론조사 결과가 횡행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현행 선거법대로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선거일 1주일 전이나 5일 전으로 한정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참여하실 독자는 의견을 500자 정도로 정리해 본사 오피니언팀에 팩스(02-2020-1299)나 e메일(reporter@donga.com)로 다음주 월요일까지 보내주시면 됩니다. 실명(實名)과 정확한 연락처를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채택된 글에 대해서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