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할 일이 있다. 치열했던 대선전의 와중에서 갈라지고 해진 민심을 아우르고 어루만지는 일이다. 국민적 에너지의 결집 없이는 민족과 국가 앞에 가로놓인 험로를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대선 이후에 대한 국민의 불안도 작지 않다.
어떤 계층, 어떤 세대, 어떤 지역의 지지를 더많이 받았든, 총득표율이 얼마든 관계없이 이제 당선자는 모든 국민의 최고지도자다.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유권자에게도 굳은 표정을 풀고 ‘대화합(大和合)’을 선언해 이들의 상심을 달래야 한다.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으로 전 국민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선거의 궁극적 승자는 언제나 국민임을 새기고 한표가 아쉬웠을 때의 겸허한 마음가짐을 5년 내내 간직하기 바란다.
당장 경계해야 할 게 있다. 선거전에서의 자그마한 기여를 내세우면서 공다툼을 하거나 그럴듯한 명분과 낯빛으로 ‘전리품’을 탐하는 주변사람들이다. 이들을 과감히 물리치지 않으면 집권 초부터 발목이 잡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 정권을 비롯한 역대 정권의 난맥상이 대개 측근이니 실세니 하는 사람들의 전횡과 호가호위(狐假虎威)에서 비롯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 정치권의 인맥을 고려할 때 ‘인의 장막’은 또다시 편중인사의 화근이 되기 십상인 만큼 ‘대탕평(大蕩平)’ 선언으로 분명히 선을 그어놓을 필요가 있다.
대결의 정치가 상존하는 한 국론분열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국민통합은 결국 정치의 문제로 돌아간다. 승자가 먼저 패자에게 손을 내밀어 대승적 정치의 새 장을 열어야 한다. 선거기간 중 득표전략상 주고받은 거칠고 험한 얘기는 다 잊고 정치적 ‘대사면(大赦免)’을 선언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것이 패자의 흔쾌한 승복과 협조를 얻어내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행여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인위적 정계개편을 추진하거나 패자를 핍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임기 5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 각 분야의 환부를 도려내는 ‘대개혁(大改革)’으로 이 같은 국민적 열망에 부응해야 한다. 반목과 불신의 원인을 제거하는 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진정한 화합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혁의 출발은 물론 정치쇄신이다. 국민은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춘 이상 정치권이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국민 수준에 걸맞은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초당적 노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선두엔 당선자가 있어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