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제대로 보기 24]회계기준 변경은 펜더멘털에 영향안줘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8시 28분


LG홈쇼핑은 12월20일자로 금융감독원에 ‘내년부터 전자상거래 부문의 매출을 계산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공시를 제출했다.

1만원짜리 물건의 거래를 중개했을 때 LG홈쇼핑 다음 등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업체는 지금까지 매출을 1만원으로 잡았다. 반면 NHN 야후 옥션 등은 중개수수료인 80∼100원만을 매출에 반영했다.

거래액을 매출로 잡으면 매출이 부풀려진다. 하지만 실제로 쇼핑몰 업체의 수중에 들어오는 것은 수수료뿐이다. 이래서 금감원은 2003년부터는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만 매출로 계산하도록 했다.

매출 인식 방법이 달라지면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매출은 올해의 20% 안팎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업계 내 매출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수익규모 등 기업 펀더멘털 지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나아가 유력한 수익성 판단 기준인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100)은 오히려 크게 증가한다.

대체로 경기가 나쁘거나 기업실적이 좋지 않을 때 기업들은 회계작성 방법을 바꿔 이익규모를 부풀리거나 줄이는 경향이 있다. 가장 많이 손을 대는 것이 감가상각 적립 기준. 해마다 일정액을 쌓는 정액제를 매년 일정 비율만큼 적립하는 정률제로 바꾸면 초기에 감가상각 비용이 커져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거꾸로 정률제를 정액제로 변경하면 적립금이 줄어들어 자금 운용을 여유롭게 할 수 있다.

재고자산의 값어치를 장부에 반영하는 방식을 바꿔 절세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원유가격이 급등할 때 일부 정유업체는 먼저 창고에 들어온 제품이나 원자재가 먼저 출하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선입선출(先入先出) 방식을 후입선출(後入先出) 방식으로 바꿔 최근의 비싼 원유가를 제품 가격에 전가해 장부상 이익을 줄인다.

회계처리 기준 변경은 1년중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결산기가 다가오면 회계기준 변경 여부를 한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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