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피플]<8>가수 강은철씨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8시 30분


강은철씨“기타와 골프는 제 삶을 지탱하는 두 기둥입니다”.김경제기자
강은철씨“기타와 골프는 제 삶을 지탱하는 두 기둥입니다”.김경제기자
히트곡 ‘삼포로 가는 길’을 부른 포크 가수 강은철씨(49). 그는 5월 아찔한 일을 겪었다. 갑자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병원으로 실려갔다가 급성 심근경색증 판정을 받은 것. 심장동맥 2개가 막혔다는 게 병원측의 진단.

2년 전 형도 테니스를 치다 같은 증세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에 불길한 예감까지 들었다. 다행히 경기 고양시 일산 백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졌지만 강씨는 그 때 일을 “저승 문턱까지 갔던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강씨는 퇴원할 때 의사로부터 평소 즐기던 골프를 하지 말라는 권유를 받았다. 급격하게 힘을 쓰다보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 97년 입문한 뒤 10개월 만에 싱글에 진입했을 정도로 골프에 흠뻑 빠져있던 그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선고였다.

그러나 그는 수술 후 보름 만에 골프장을 찾아 계획에 없던 라운딩까지 하는 ‘모험’을 했다. 병 문안을 왔던 동료가수 유익종 이태원씨 등 골프 멤버들의 모임에 인사차 들렀다가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채를 잡은 것. 수술 후 기타백을 들 기운조차 없을 만큼 쇠약해 있었는 데도 이날 18홀을 모두 돈 강씨는 77타를 쳐 메달리스트까지 됐다.

“동반자들이 심장수술 받아야 골프를 잘 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모두 수술대에 드러눕겠다나요. 물론 농담이지만….”

이 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강씨는 그 후 매주 한 차례씩 라운딩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혹시 심근경색이 재발할까 싶어 골프장에 갈 때는 언제나 비상약을 캐디백에 챙겨 넣는다. 또 심장을 튼튼히 하기 위해 업다운이 심한 코스라도 카트는 전혀 타지 않는다.

구력 5년에 핸디캡 7인 강씨는 1m68로 단신 축에 들어가지만 드라이버는 보통 240∼250야드를 날린다. 아이언샷이 장기. 베스트스코어는 73타.

그는 국내 최초로 골프장에서 콘서트를 연 주인공. 2000년 10월 서원밸리CC에서 ‘그린 콘서트’를 가졌다. “탁 트인 페어웨이에서 풀 냄새를 맡으며 노래 부른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동료 가수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데요.”

두 달 전 늦둥이 아들을 본 강씨는 “꾸준히 골프를 해 다시 찾은 건강을 오래오래 지키고 싶다. 겨울 동안 열심히 칼을 갈아 내년 봄에는 언더파에 도전하겠다”라며 활짝 웃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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