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어나더데이’(사진)에 영화 속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를 했던 외국계 기업들이 말못할 고민에 빠졌다. 수십억원을 들여 PPL을 한 만큼 다양한 ‘007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반미 감정으로 인해 전혀 홍보를 못하고 있는 것.
필립스 면도기의 본사 홈페이지에는 ‘제임스 본드가 선택한 면도기-스펙트라’라는 문구가 떠 있다. 007 로고와 제임스 본드 모습도 홈페이지 구석구석에 배치했다. 본드가 자사 면도기를 사용한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반면 필립스 코리아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매주 촛불시위를 할 만큼 반미감정이 높아 007 마케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더구나 네티즌들이 북한 비하 내용을 문제삼아 ‘007 영화 안 보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필립스 코리아는 당초 매장에 007 관련 사진을 전시하려던 방안을 보류하고, 영화 시사회도 갖지 않기로 했다.
사정은 오메가 시계, 포드 자동차, 소니 등도 마찬가지. 오메가 시계는 지난달 초만 해도 ‘007과 함께 하는 오메가 시계’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12월 들어 상황이 나빠지자 모든 계획을 거둬들였다. 앞으로도 마케팅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거액을 들여 BMW를 제치고 007 영화에 포드 승용차를 내보내기로 계약을 했다. 덕분에 재규어 XKR와 포드 선더버드 등 최신 승용차가 영화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홍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규어 코리아 김현준 이사는 “007은 영국의 첩보원일 뿐 반미감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영화를 영화 그대로 봐 달라”고 호소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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