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5㎝의 작은 키가 역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역도가 중력과 자신간의 외로운 싸움이듯 헤어디자인도 기술과 창의력을 쌓기 위한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역도선수가 1㎏을 더 들기 위해 수백ℓ의 땀을 쏟아야 하듯, 헤어디자이너도 머리카락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위해 가발과 수백 시간 씨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손에는 역도선수 시절 깊숙이 박인 굳은살과 함께 가위에 베인 흉터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에게 역도선수나 헤어디자이너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중학교 1학년 때 역도에 입문한 계기가 조각 같은 근육에 매료됐기 때문이었다면, 고교 2학년 때 역도를 포기하고 헤어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헤어스타일도 하나의 조각작품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입학도 가능했지만 그는 대학을 포기하고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했다. 헤어디자이너들의 사관학교로 꼽히는 서울 압구정동 ‘헤어뉴스’에서 4년여의 수련생활을 마치고 헤어디자이너로 명함을 내밀게 됐을 즈음 그는 다시 일본행을 택했다. 3년여의 일본생활에서 그는 폐쇄적인 일본 미용계를 뚫고 현장의 기술을 직접 익혔다.
“월급은 안 줘도 좋다며 매달렸죠. 야쿠자 손님에게 얻어맞기도 하고…. 제가 군복무를 면제받았는데 대신 일본에서 군복무를 한다는 마음이었죠.”
그런 현장실습을 통해 그는 스트롱컷(머리카락을 위에서 아래로 깎는 기술) 등 최신 기술들을 익혔다. 헤어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불편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헤어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기술들이다.
1996년 귀국한 그는 CF모델들의 헤어스타일리스트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탤런트 배용준 김지호 김규리, 가수 김정민과 그룹 ‘신화’의 헤어스타일도 그의 작품이다. 3개월 전 한 기업체가 전국 체인을 염두에 두고 대구에 세운 한 미용실 ‘안테나샵’의 원장으로 스카우트된 그의 꿈은 ‘헤어 아트 디렉터’다.
“그런 직업이 실제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헤어디자인을 통해 한 편의 쇼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보고 싶습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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