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는 “만일 한 사회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면 감옥을 들여다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범죄학자인 윌리엄 나겔은 미국사회의 본질을 ‘감옥’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찾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재소자들의 인권 상황을 통해 사회의 단면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느 사형수의 자유를 향한 투쟁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옥중 수기를 접하는 순간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죄수는 지하 굴에 갇힌 사자와 같다’는 저자의 말처럼 인권의 나라라고 알려진 프랑스에서조차 죄수는 한낱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다.
교도관들의 무자비하고 일방적인 폭행과 폭력, 참혹한 징벌방 징치와 보복, 죄수들 사이의 폭력과 동성애, 그로 인한 죄수들의 탈옥 기도와 자살 소동, 사형수 문제가 정치 문제로 비화되는 일화까지, 열악하기가 개도국과 거의 다를 게 없었다.
저자 필리프 모리스는 부모가 이혼한 결손 가정에서 철저한 반항아로 자라 10대부터 범죄의 세계에 빠져들어 제도 교육이라고는 실업계 고교 1년도 마치지 못한 채, 우연히 저지른 살인이 계획적 살인으로 판결이 나고, 연이은 탈옥과 감옥에서 벌어진 폭동의 주범으로 몰려 사형을 언도 받았으나, 1981년 사회당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사형제도가 폐지되는 바람에 무기로 감형되었다.
그는 ‘감옥 안에서 미치지 않기 위해’ 공부에 전념해 투르 대학에 등록해서 쇠창살 너머 지도 교수와의 서신을 통한 수업만으로 라틴어와 고대 프랑스어에 통달, 500권 이상의 전공 서적을 독파한 끝에 중세사 연구로 ‘주목할 만한 지성’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역사학자로 다시 태어났으며, 무려 4년여에 걸친 역사학계의 석방운동 덕에 2000년 3월 23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는 23년의 감옥 생활 동안 도스토예프스키와 카프카, 졸라 등의 문학에 탐닉하면서 죽음과 절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심정을 옥중 수기로 남겼는데, 프랑스 재소자들의 인권 상황과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쳐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재소자들의 인권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직 진정한 증오심과 진정한 폭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그에게 인간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상처를 입히고 영원히 지울 수 없게 만들며, 두고두고 후유증을 일으키는 교도소 내 교도관들의 절대 권력. 그 아래 자행되는 절대 폭력 앞에서 본능적 공포와 절망을 느끼면서도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재소자들의 인권, 그리고 절망하여 자살을 꿈꾸는 사형수들. 그는 옥중 수기에서 말하고 묻는다.
빈민 지역 출신에 학력도 변변치 않은 죄수들이 대부분의 삶을 완전히 소외 상태에서 보낸다면 그들이 어떻게 사회에 동화될 수 있겠는가. 사법 체제는 미래의 전과자를 정말 사회에 동화시키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지금 처벌받는 죄수를 단순히 통제하기를 원하는가. 그리고 야만적이고 잔혹하며 비인도적이고, 개선적 기능이나 교육적 기능은 없이 죄수의 생명박탈에 중점이 있고 피해자의 구제는 없는, 자칫 오판의 가능성이 있는 사형제도를 존속시켜야 하는가. 이 책은 묻고 있다.
김지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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