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야!”
크게 숨을 들이쉬고 뭐라 말하려 했으나, 숨이 막혀 신음소리로 바뀌고 말았다.
“형수!”
인혜는 우근에게 등을 보인 채 고개만 끄덕였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 무섭다.”
인혜는 혼신의 힘을 짜내 고개를 돌리고, 달려온 시동생을 두 팔로 안았다. 우근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누나는 어디로 가버린기고?”
인혜는 목구멍으로 기어오르는 덩어리를 꿀꺽 삼키고, 떨리는 목소리를 토했다.
“돌아옵니다.”
난간에서 강을 내려다보자, 배다리를 건너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형님이네예, 형수는 못 뛰니까, 먼저 내려가이소.”
돌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우근의 뒤를 따라 인혜는 배에 신경을 쓰면서 터벅터벅 다리를 움직였다. 움직이지 않으면 다리가 땅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아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돌계단을 다 내려가기 전에 흘깃흘깃 영남루를 돌아보았지만 하얀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가 아까부터 돌덩이처럼 꿈쩍하지 않는다, 이 아이도 겁을 먹고 있는 것일까? 괜찮다, 엄마가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가 너를 지켜줄 테니까, 안심하거라, 너는 무서워할 거 없다, 무서운 게 보이면 엄마가 너 눈을 가려주고, 무서운 소리가 들리면 엄마가 너 귀를 막아주고, 무서운 게 쫓아오면 엄마가 가로막아줄 거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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